(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001년 10월 미군 침공 이후 18년 넘게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화약고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의 해외 인프라 투자건설 프로젝트)를 앞세워 아프간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영향력 확대에 나서자, 미국이 아프간과 국경을 마주한 인도와 반중 전선을 구축해 맞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초 미국과 아프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안 체결로 미군이 단계적 철수에 합의하면서 종전 기대감이 커졌으나 이번엔 보이지 않는 미중 간 패권 전쟁에 휩싸이게 된 셈이다.
◇ 아프간 중동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 :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역 관세로 오랜 시간 갈등해 온 중국과 미국의 전선이 전쟁으로 황폐화된 아프간으로까지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으로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아프간을 두고 미중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곳이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그리고 석유가 풍부한 중동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기 때문이다.
새 무역로, 아프간을 둘러싼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중순 중국-인도군 유혈 충돌 이후,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동참, 미중 전선이 아프간 바로 옆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 中-인도군 유혈 충돌 이후 아프간 경쟁 본격화 : 인도가 반중(反中)으로 돌아선 이후, 아프간을 둘러싼 서아시아 지역에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이다. 서아시아 국가들은 냉전 시대처럼 어느 편에 설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고, 결국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한쪽의 손을 잡는 방식을 택했다.
인도는 미국-호주-일본 4각 동맹에 본격 합류했고, 파키스탄과 이란은 중국의 손을 잡았다.
이란은 중국과 4000억달러(약 477조36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협정 체결을 앞두고 있고,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CPEC)을 진행 중인 파키스탄은 이미 중국으로부터 460억달러(약 55조원)를 투자받았다.
◇ 미국 "우리가 SOC 건설해줄께" :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잘마이 칼리자드 아프간 특사는 이달 초부터 서아시아 일대를 순방하며 미국의 우군을 포섭하고 있다. 철군 이후에도 아프간에서 지정학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칼리자드 특사는 이를 위해 '채무 덫'인 일대일로 대신, 트럼프가 만든 대외원조기구 국제개발공사(DFC)의 자금으로 사회기반시설(SOC)을 건설해주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 SCMP "세계 권력 동양으로…亞, 미중 경쟁서 큰 압박: : 전문가들은 미국의 견제에도 아프간을 포섭하려는 중국 측 노력은 계속되겠지만, 성공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의 앤드루 스몰 연구원은 "중국은 원칙적으로 CPEC을 아프간으로 연장할 용의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신중하다"면서 "중국의 계산에 미국과의 역학관계도 개입하기 시작했다. 양국 관계는 어떤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적대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SCMP는 "세계 권력이 동양으로 이동하는 도전적이고 변화무쌍한 시기에 국제정세의 근본적 재조정이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서아시아 일대 국가들이 미중 경쟁으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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