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추도식에서 반성과 관련된 언급을 뺐다. 사진은 지난 15일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패전 추도식에 참석한 다카이치 총리. /로이터=뉴스1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추도식에서 반성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내놓았던 전쟁에 대한 반성과 교훈의 메시지를 1년 만에 되돌린 것이다.

지난 15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정부 주최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해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게 하지 않겠다"며 "이 결연한 맹세를 세대를 넘어 계승하고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침략 전쟁에 대한 책임이나 이웃 국가들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전쟁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도 추도사에 넣지 않았다.

이시바 전 총리는 2025년 같은 행사에서 "전쟁의 참화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고 다시는 진로를 잘못 선택하지 않겠다"며 "그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새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시바 전 총리가 언급했던 '반성'은 2012년 이후 13년 만에 들어간 표현이었다. 반성이라는 표현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1994년 추도사에 담은 뒤 역대 총리 추도사에서 중요한 표현으로 쭉 사용돼 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3년부터 이 표현을 뺐다. 뒤를 이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이 흐름을 이어갔다. 이시바 전 총리가 부활시켰던 전쟁 반성의 메시지가 다카이치 내각 출범과 함께 1년 만에 다시 사라졌다.

전쟁의 참화와 관련된 표현도 더 모호하게 바뀌었다. 아베 전 총리 등은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라고 말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추도사에서 "반복하게 하지 않겠다"라고 바꿨다. 전쟁을 일으킨 주체가 누구인지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신 일본의 미래와 안보 메시지 강화에 집중했다. 그는 "일본은 인도 태평양의 빛나는 등대"라며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표현이 아베 내각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구상과 이어진다며 과거 전쟁 책임보다는 안보와 미래를 전면에 뒀다고 평가했다.

다만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보류하며 톤 다운에 나섰다. 총리 취임 전에는 패전기념일과 봄·가을 제사 기간에 야스쿠니를 참배했지만, 취임 후 첫 패전 기념일에는 봉물 봉납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과 이후 정상 외교를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리 본인은 참배를 하지 않았지만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기카와다 히토시 오키나와·북방담당상,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담당상, 오노다 기미 경제안보담당상 등은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집권 여당 자민당의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과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 등도 이날 야스쿠니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