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현 기자,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국정원 개혁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5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국정원 2차장에 박정현 국정원장 비서실장, 3차장엔 김선희 국정원 정보교육원장,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엔 박선원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임명했다.
청와대는 이번 국정원 인사에 대해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과 국정원 직제 개편에 맞춰 조직 활력 제고 차원에서 단행됐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최근 직제 개편을 통해 1차장이 대북 업무와 해외 업무를 함께 관장하고, 2차장은 대북 업무를 이관하는 대신 기존 3차장 소관의 방첩, 대테러, 보안, 대공, 산업기술 유출, 국제범죄, 방위산업 등을 맡도록 했다. 3차장은 기존 1급 본부장이 맡던 과학정보 업무를 전담하도록 조정했다.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국정원 조직개편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정원 재임 시절 밑그림을 그렸고, 박지원 국정원장이 후보자 시절 서 안보실장과 조율을 거쳐 완성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 정보를 담당하던 김상균 2차장이 북한과 해외 업무를 총괄하는 1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김상균 1차장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국정원장 시절 최측근으로서, 문재인정부의 대북 관계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김 차장은 2018년 3월과 9월 서 실장 등과 대북특사단으로 평양에 다녀온 바 있다.
박선원 기조실장 기용도 주목받고 있다. 박 실장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내며 당시 국정원 3차장이었던 서 안보실장 등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데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의 저서 '운명'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5월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비서실장(문 대통령)과 안보실장, 국정원장(김만복 전 원장)이 구체적으로 진전시켜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세 사람은 매주 목요일 이른바 ‘안골모임’을 가졌다. 당시 유일하게 ‘안골모임’에 실무자로 배석한 사람이 바로 박 기조실장이었다.
이로 인해 김상균 1차장과 박선원 기조실장 배치를 두고 정치권에선 집권 후반기 경색된 남북관계를 신속하게 풀어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훈 안보실장과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장관,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등 이른바 '대북통'을 총동원한 데 이어 대북 실무의 핵심 축을 담당할 국정원에도 '대북통'을 전진배치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 기조실장 인선과 국정원 역사상 최초의 여성 차장인 김선희 3차장 발탁 등과 맞물려 국정원 개혁을 마무리 짓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핵심 보직으로, 통상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맡아 왔다.
박 기조실장은 2017년 대선 때 문 대통령 캠프 안보상황단 부단장으로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수립에 핵심적 역할을 했고, 정부 출범 이후엔 주상하이 총영사를 지냈다. 2018년 7월부터는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보로서 서훈 안보실장과 호흡을 맞춰 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기조실장은 국정원내 핵심 보직인 만큼 국정원을 잘 알면서 청와대와도 소통이 잘 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박 기조실장이 적임자였던 것 같다"라며 "일부에선 박 기조실장이 '대북통'이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한데, 실질적으로는 박지원 국정원장과 손발을 맞추며 문 대통령의 의중과 청와대의 기류를 반영해 국정원을 개혁하는데 무게를 둔 인사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도 전날 박 기조실장 임명과 관련해 "박 기조실장은 학계·정부·민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대북 및 국제정치 전문가다. 이론과 실무경험은 물론 개혁성과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내부 조직 쇄신을 통해 국정원 개혁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여권은 국가정보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한편, 국내 정치 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국회 등 외부 통제를 강화하고, 직원의 정치관여 등 불법행위시 형사처벌 강화 등을 추진한다.
다만, 국정원 내부에선 여전히 대공수사권 이관 등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박지원 국정원장과 박선원 기조실장이 이를 어떻게 돌파해낼지 주목된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박지원 국정원장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관록이 있는 만큼 (박선원 기조실장과 함께) 내부 조직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이지 않겠느냐"라며 "(국정원) 직원들이 긴장 속에 박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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