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통령이 우발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군사 옵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경계했다고 CNN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 같은 내용은 오는 11일 발간 예정인 짐 시우토 CNN 국가안보 전문기자의 저서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 세상을 떠맡은 트럼프'에 담겨 있다고 전했다.
◇ "2018년, 美관리들 대북 군사 옵션 제시에 신중" =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대통령이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 Man)으로 불렀고 이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dotard)’로 부르며 응수했을 때 대통령이 대북 군사 공격을 지시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지난 2018년까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낸 조셉 윤은 군사 참모들은 공격 명령이 나올까봐 대통령에게 모든 옵션을 설명하는 것을 주저했다고 밝혔다. 당시, 백악관은 옵션이 제한적이라고 불만이었지만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는 윤 전 대표는 설명했다.
윤은 "우리는 김정은만 예측불가능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예측불가능한 사람으로 보게 됐었다"며 "그리고 나는 그렇게 소통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그에게 어떤 옵션을 제시할지 신중해야 했다"며 "우리는 무척이나 경계를 했는데 어떤 옵션이라도 그는 그것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판단하고 김정은 위원장과 2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 "동맹국들에 대통령이 뭘할지 모른다고 털어놔" = 아울러 2019년,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에서 이란의 군사 공격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대응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이 군사 옵션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국방부 고위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혹은 대응할지 여부 자체를 예측할 수 없었다.
2019년까지 국방부 중동 담당 차관보를 지낸 믹 멀로이는 "우리는 동맹국들에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대통령)는 분쟁의 확대로 이어지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 확대는 전쟁에 이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란에 그것을 전달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통해 그들(이란)은 예들 들어, 또 다른 석유시설을 공격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의 참모들조차 알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CNN은 이 같은 경고는 해외에서 군사행동에 직면했을 때 대통령의 충동을 다소나마 억제하기 위한 장기적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2018년 9월,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외벽이 박격포 공격을 당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리를 통해 이란을 상대로 하는 보복을 요청해 국방부 관리들은 다들 놀랐다고 말했다.
당시, NSC 관리는 대통령이 미국이 언제,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즉시 알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한 전직 미 관리는 "NSC 측에서 일요일에 전화했었다"며 "그는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을 오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 "이거 농담이겠지?" = 국방부 장성들과 관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백악관과의 통화엔 당시 폴 셀바 미 합동참모본부(합참) 차장과 존 루드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등이 있었다. 셀바 전 차장은 통화 마지막에 음소거를 한 뒤 동료들에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보였다.
한 전직 관리는 "그(셀바 전 차장)는 '이거 농담이겠지? (백악관이) 이것(박격포 공격) 때문에 우리한테 이란을 상대로 한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내놓길 원한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나는 '안 된다. 우리는 오늘 오전에야 이 일을 다루고 있다. 그들(백악관)은 이라크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나? 이건 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끊고는 셀바 차장과 루드 전 차관은 국방부 관리들에게 대통령의 직접적인 명시적 지시가 없는 한 어떤 군사적 옵션도 백악관에 제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있다.
대통령은 또 올해 초에는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사령관을 살해하라는 군사 공격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반격을 했고, 이로 인해 다수가 부상했다. 미국이 이란 내에서 공격을 하면, 미 관리들은 전면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 '비합리성의 합리성' = 다른 대통령이나 행정부에서 이 같은 고의적 예측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은 결점으로 비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의 관점에서 예측불가능성은 칭찬받아 마땅한 협상가들의 예리한 힘이라고 여겨진다고 CNN은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는 예측불가능성이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그간 있었다. 예측불가능성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셸링은 1960년 펴낸 저서 '갈등의 전략'에서 '비합리성의 합리성'이란 개념으로 처음 소개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에서 이를 실제로 활용했다. 베트남을 놓고 러시아, 중국과 깊은 갈등을 빚고 있었을 때 적들로 하여금 자신이 핵무기 사용 등 극단적 조치를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 예측불가능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상대국이 자신이 무엇을 할지 알거나, 불합리한 어떤 것을 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닉슨 정부에서 수석보좌관을 지낸 H.R 할데먼은 사후 발간된 일기에서 이 전략을 '미치광이 이론'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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