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2020.8.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워킹그룹의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해야한다며 '2.0 버전'을 언급하면서 워킹그룹의 역할 재조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장관은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있음을 밝힌 뒤 '2.0 버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장관은 "워킹그룹의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 재편하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명확히 하고 지향해나가야 한다"면서 "우리가 한미워킹그룹 2.0 시대를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취임 전부터 지금까지 '북미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남북관계'를 추동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번 피력했다.

지난 7월 23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장관은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남북간 물물교환(작은교역),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것' 등 인도적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2018년 11월 출범한 워킹그룹은 비핵화, 대북제재, 남북협력 방안을 수시로 조율하는 대북 고위 실무 협의체로 구성됐다. 한미간 대북 공조를 위해 출범했지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건설 등을 두고 한미 당국간 의견차가 갈렸다. 미국 재무부, 상무부, 의회 등 미국 내 대북 제재를 맡고 있는 여러 부처들의 의사결정을 일종의 '원스톱(일괄) 서비스'과 같이 모아서 논의가 가능하다는 효율성은 있었지만, 의견 차가 심한 사안에 있어서는 남북교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배경이 이 장관이 워킹그룹의 역할 재조정을 해리스 대사를 통해 미국 측에 직접 제의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장관의 전날 발언에 미국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장관의 워킹그룹 업그레이드 발언에 대해 "단어 사용은 오도(misleading)됐다며 반대로 실무그룹의 역할을 격하(downgrade)시키려 한다"고 지적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실무그룹이 남북관계를 제약한다는 이 장관의 발언은 완전히 잘못된 인식으로 한미동맹에 손상을 주고 마찰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이 장관의 한미워킹그룹 발언에 대한 RFA의 논평 요청에 "미국과 한국은 외교적 노력, 제재 이행 및 집행, 그리고 남북 협력에 대해 정기적으로 조율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표했다. 국무부가 기본 취지를 환기하며 역할 재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날 이 장관의 발언에 해리스 대사도 미 국무부와 같은 취지로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워킹그룹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수혁 주미대사도 말했듯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면서 미국은 워킹그룹을 통한 논의 방식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도 워킹그룹의 역할 재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구상 방안을 밝히고 있지는 않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워킹그룹 2.0에 대한 구체적인 부처 차원의 논의 여부, 논의 진행 상황'을 묻는 취지의 질문에 "추후 따로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전날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워킹그룹에서 논의해야 될 사항과 우리 스스로 추진해야 될 사안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과,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역할해야 한다는 취지였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했다.

문제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한미 당국간 조율이 필요해 빠른 시일 내 역할 재조정의 실현이 가능할지 여부다. 전날 해리스 대사가 이 장관에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취임 축하 인사를 전하며 비건 부장관이 조만간 이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이 장관과 비건 부장관과의 만남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대북 관련 사안에서는 한미간 의견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어떠한 시점에 다다르면 이해관계 탓에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남북관계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워킹그룹의 역할을 재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때론 미국과의 마찰을 각오하고라도 남북관계를 추진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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