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미래통합당이 극우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전광훈 목사와 확실한 선긋기에 나선 지 하루 만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주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난 총선에서 낙천하거나 낙선한 강경파들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지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19일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과거 당내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언행에 대해 사과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끄럽고 또 부끄러우며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무릎을 꿇었다.
통합당에 따르면 통합당과 그 전신을 보더라도 당 대표가 5·18민주화운동으로 산화한 영령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호남 끌어안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방문에 앞서 통합당은 호남 방문 채비에 나섰다. 새 정강·정책에 '5·18민주화운동'을 명기하며 민주화정신을 계승한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총선 낙선자들의 선거반환금 중 일부를 호남 지역 시도당에 할당하거나 현역 의원들의 호남 지역구 '자매결연' 추진, 당 연수원 호남 지역 건립 검토 등도 공개했다.
당 지도부와 의원, 보좌직, 당직자 등은 최장기간 장마로 유례없는 피해를 본 전남 구례와 전북 남원을 잇달아 찾아 수해복구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호남 끌어안기 행보가 무릎을 꿇으며 사죄한 김 위원장의 행동으로 더 가속할 것이란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당내외 극우 보수 세력과 확실하게 단절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만 해도 극우 세력의 당내 존재감은 상당했다. 황교안 전 대표부터 전광훈 목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으며, 김진태·이종명·이순례·민경욱 전 의원 등은 끊임없이 수위가 센 발언들로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막말이나 '3040 세대비하' '노인' 폄훼 발언 등이 나오며 전체 판세가 악화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총선 전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택하거나 낙천·낙선하면서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원내에서 강경파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중진 의원은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시점에 모두가 막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 그럴 만한 인물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럴만한 인물이 정리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원외로 나아간 이들의 언행은 원내 때보다 더 강경하다는 평가다. 김진태·민경욱·차명진 전 의원 등은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강경한 글을 쏟아내고 있으며,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광복절 집회에 참가하며 여전히 '태극기 세력'과 밀접하다는 점을 보였다.
특히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집합·모임 자제를 권고한 상황에서 오히려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집회에 참여한 전광훈 목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통합당은 이들과의 선긋기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 전날 김은혜 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와 함께한 적도 없고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오히려 정부의 방역 시책에 협조하지 않은 채 공동체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전 목사는 응분의 조치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도 같은날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광복절 집회하고 야당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무관함을 강조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통합당이 여전히 극우 세력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종교적 또는 정치적 광신에 빠진 사람은 어느 나라에나 어느 진영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이들을 주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