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노조원들이 20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기아차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 대한 상고심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재계는 20일 대법원이 정기상여금과 식대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유감의 입장을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추광호 경제정책실장 명의의 코멘트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여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대법원 판결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에 따른 예외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기존의 노사간 합의한 임금체계를 성실하게 준수한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시간외수당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2% 이상으로 R&D나 마케팅에 대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중대한 경영상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초유의 국가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들도 막대한 경영·고용 위기에 처해 있음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판결”이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사법부 판단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에서도 이 문제를 현실과 국제경쟁 환경에서의 경영전략을 고려해 재심의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앞으로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기업에 대한 부담, 고용에 대한 부담, 경쟁력에 대한 부담을 반영해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원)는 이날 기아차 노동자 3531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1조원대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대해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