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미래통합당이 집중호우 피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한 발짝 앞서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야당이지만 선제적으로 정책을 제시하거나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내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집중호우 피해 상황과 코로나19 국면에서 여당보다 한 발 앞서 움직였고, 여당에는 '정쟁 몰두'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수몰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 방문을 당일 오전에 전격 결정했다. '보수정당 불모지'인 호남을 여당보다 먼저 찾은 통합당 지도부의 구례 봉사활동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구례행은 통합당 의원과 보좌진 및 당직자 300여명이 참여한 전북 남원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구례와 남원에서 '재난지원금 상향' 필요성을 먼저 언급하며 정책 메시지를 냈다.
수해를 입은 민생을 현장에서 보살핀다는 의미에다 호남을 향한 배려 메시지까지 더해진 일정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진짜 만만치가 않다"고 했고, 한 당권 주자는 "김 위원장이 파고드는 전략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이튿날인 11일 구례를 찾았지만 결과적으로 통합당을 뒤따르는 셈이 됐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는 '확산 책임론'을 둘러싸고 여야 간 정쟁 양상으로 전개되던 상황을 '대승적 여야 협력' '전문가 의견 경청' '민생 구제' 쪽으로 먼저 틀었다.
통합당이 광복절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민주당으로부터 책임론 공세를 받자 정책 논의로 선회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방심 신호를 줬다며 원인을 돌리는 한편 '여야 합동 총력 대응'을 말하며 국면 전환을 꾀했다.
그 시작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방문했다. 정 본부장 방문 일정도 당일 오전에 결정됐다. 그는 정 본부장을 만난 후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으로 이러고 저러고 얘기하는 게 코로나19 방어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가 정부 당국자의 지시를 따를 것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민적 신뢰를 받는 정은경 본부장임을 십분 감안한 것이지만, 김 위원장의 유연함과 실용적인 사고가 아니었다면 보기 힘들었을 장면이다.
김 위원장은 주말인 23일에는 코로나19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역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우리 당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코로나19 사태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며 비판했고, 코로나19 대책 특위를 통해 피해를 신속하게 극복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합당은 실내 집합인원을 50인 미만으로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이후 문제가 되고 있는 예식장 위약금 분쟁과 관련, 당이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코로나19 위기탈출 민생지원법'의 일환으로 발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코로나19 2차 긴급재난지원금과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관해서도 정부·여당에 빠른 의사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밖에 김 위원장은 23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만나 전국의사총파업을 선제적으로 중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최 회장과의 만남도 당일에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24일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접종 과정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제를 꺼냈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메시지다.
그는 "백신 접종 과정에서도 1차 방역에 종사하는 사람, 건강이 연약한 사람, 사회적 약자 순으로 접종할 수 있게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만약 백신이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면 엄청난 사회적 분열과 갈등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꼭 민주당에 앞서서 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위기 국면에서 발빠르게 대응하다 보니 먼저 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며 "김 위원장의 의사결정과정이 간명해서 빠르게 행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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