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제3차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 된 뒤 수락연설하고 있다. 2018.8.25/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기 2년은 '강한 민주당'의 성공사례로 정치사에 남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권 2기 집권여당의 대표로 취임한 이 대표는 카리스마형 당대표 리더십의 전형 그 자체였다. 이는 7선 국회의원에 정책위 의장을 세 차례나 경험했고, 당 대표도 2012년 이미 한차례 지냈으며, 교육부장관과 국무총리까지 했던 그가 여당 대표로 재소환됐을 때부터 예견된 바이기도 했다.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이 대표는 당내 뼈가 굵은 중진의원들조차 어려워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친분이 있는 중진의원이 담배를 피우는 이 대표와 마주앉아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은 일화가 자랑스럽게 회자될 정도다.

'선거에서 지는 법을 모른다'는 이 대표는 현대 정치사에 기록으로 남을 180석 거대여당 탄생의 주역으로 명예로운 퇴진을 하는 '천복'까지 누리게 됐다. 2년 임기 내 야당의 헛발질로 '야당 복'을 톡톡히 누렸던 민주당은 '조국 사태' 등 각종 악재 속에서도 180석 슈퍼여당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러나 강한 리더십은 '독선'이라는 그림자를 남겼다. 야당에 손을 내밀거나 소통하기보다, 비판과 압박에 주력했다. 당내 몇 되지 않는 소신발언들도 '무서운 당 대표' 벽에 힘을 잃었다.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의 '상왕 정치'를 전망하기도 한다. 이 대표가 문희상 전 국회의장처럼 공식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지 않은데다, 통일 분야의 직을 맡거나 당 고문으로 남아 민주당에 계속 관여하리란 관측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지난 2018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일명 '올드보이(이해찬·손학규·정동영 대표)의 귀환이라는 분석들이 쏟아졌다. '정치적 노쇠화'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이 대표는 '건강이상설'과 '불통(不通)이미지'라는 지적을 일축하며 '강한 여당대표론'을 조기에 안착시켰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상대로 당정청 관계를 재확립한 것은 당의 위상을 높인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청와대와 정부가 미리 다 정해놓고 당에 보여주기 '쇼' 형식으로 당정청 협의를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고,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전국민 지급'이라는 당의 입장을 관철했다. 물론 총선이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했지만, 민주당의 강경한 입장에 청와대와 정부의 기세는 크게 밀렸다.


일찌감치 총선룰을 결정해 시스템 공천을 제도화하며 당내 잡음을 줄인 것을 두고도 "이해찬이니까 가능했다"는 평가들이 전반적이다. 한 중진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이번 총선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이 이해찬 대표가 측근들을 공천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본인이 사심 없이 한 것을 보고 당 의원들 내심 모두 놀랐고, 그랬기에 공천 관련 잡음이 거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2019.9.17/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이해찬 대표의 강한 '원팀'· '원보이스' 전략에는 평가가 엇갈린다. 그러나 집권여당으로서 가장 큰 시험대였던 지난 4·15 총선에서 180석이란 전무후무한 압승을 거두며 이 대표는 민주당 역사를 다시 썼다. 16년만에 단독 과반이라는 '압승'을 거머쥔 후 이 대표는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총선 결과에 대해 감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격도 잠시, 이 대표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라고 도취된 당 분위기를 일순간에 '긴장모드'로 되돌렸다. 이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악몽'을 꺼내자,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나직하게 경고했다. 열린우리당 당시 과반 획득 뒤 잦은 분열과 구설로 대선 패배와 두 자릿수 의석으로의 추락이라는 경험을 '반면교사'삼아 오만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이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에서 이기자마자, 혹여 사고가 날까 열린우리당 얘기를 하면서 단 한마디만으로 의원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며 "정말 대단한 정치적 감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태부터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창당 등에 이르기까지 총선까지의 그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이 정도로 당내 분열이나 잡음이 나오지 않은 것은 신기할 정도"라며 "사실 이해찬 대표 정도의 카리스마와 리더십, 정무감각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이해찬·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등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2020.4.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그러나 강한 리더십의 뒷면은 독선과 아슬아슬하게 맞닿았다. 야당과의 '소통'보다는 '경고'를 택했기에 '오만한 민주당'이라는 평가와 중도층 이탈이 이어졌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단독 원구성을 불사하는 강경론으로 18개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모두 '독식'했고, 부동산 관련 입법을 밀어붙이며 '입법 독주'라는 뼈아픈 실책을 남겼다. 이는 최근 미래통합당과 지지율이 역전되는 민심 이반을 가져왔다.
이 대표의 잦은 설화는 지지층마저도 '손절'하게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4일 민주당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장애인 인권교육을 하라는 취지의 권고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에도 한 토론회에서 서울을 두고 "한강변에 단가 얼마 얼마,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퇴임 이후 통일 분야에서 정치인생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총선 직전 자신의 거취에 대해 "남북관계 관련 일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회고록 집필을 위한 자료 수집을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조심스럽게 이 대표가 '상왕 정치'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대표 후보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의원과의 관계설정에도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는 정계은퇴보다는 당에 남아 고문 역할을 해주시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이낙연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부담이 되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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