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정윤미 기자 = 여야는 2일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8·15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법원 판결에 대한 여권 고위공직자들의 비판이 '사법부 독립성 침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대립했다.
앞서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및 부동산 다운계약 의혹을 제기해 온 야당은 부인의 '관사 재태크' 의혹을 새롭게 꺼내들었고, 대법원 '코드 인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친분 관계 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후보자는 일부 부동산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며 "도덕성에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6시간 넘도록 진행된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지난달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법원 판결에 대한 여권 고위공직자들의 거센 비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광화문 집회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등이 참석한 극우 성향 집회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이를 허가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의 판결을 비판했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박형순 금지법'을 발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행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와 법무행정의 책임자인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대놓고 특정 판사와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지적하신 내용은 충분히 공감한다"며 "삼권분립의 취지나, 판사의 결정에 대해서 비판할 때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생각들에 대해서도 위원님 생각에 동의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비판도 가능하고, 판결에 대한 논평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비판이나 논평이 돼야 하지 않는가 하는 원론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집단적 린치"라며 "어떤 의원의 경우 '판새'라고 하는 형태로 노골적으로 판사를 비난하는 언행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자는 "구체적이고 정치적인 사건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기가 참 곤란하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고, 김 의원은 "(여권 고위공직자들의 발언이) 잘못된 언행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당연한 직무"라고 했다. 이 후보자가 기존 답변을 되풀이하자, 김 의원은 "계속 답변을 앵무새처럼 하신다"고 하기도 했다.
반면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여권의 비판은) 사법부의 독립과 무관한 일"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그 결과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백 의원은 "결정을 내릴 때 '이렇게 하지 말아라' 하는 것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그 결정이 결국 가져온 결과가 너무나 참혹하고 크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공직자와 국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위장전입 및 부동산 다운계약 의혹에 이어, 판사인 배우자의 '관사 재테크'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이 후보자가 대구고법에 근무할 당시 부산서부지검에 발령된 부인이 관사에 전입, 거주하던 아파트를 4억원에 팔아 부친 소유 아파트를 시세보다 1억5000만원가량 저렴한 5억원에 매입해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주장이다.
의혹을 제기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아파트가) 해운대구의 굉장히 좋은 데에 위치하고 있다. 올 1월에 샀는데 작년 8월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며 "현 시세는 한 8억5000만원 정도다. 7개월 만에 후보자께서 3억5000만원 정도의 차익을 거두신 것이다. 매수 가격의 70%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무주택자에서 집 1채를 마련하는 과정이었다"며 "재건축 과정도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 생각해서, 긴 생각으로 앞으로 우리가 살 집을 생각하면서 주택을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02~2005년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3차례에 걸쳐 부동산 다운계약을 체결했다는 지적에는 "제가 다운계약서 작성을 의식하면서 했는지 자체는 잘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세무서에 저렇게 신고돼 있다는 것은 맞았다"고 했다. 2005년 8월부터 12월까지 자신이 장인 집에 위장전입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인정한다"고 했다.
대법관이 될 만큼 도덕성에 자신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이번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위원님들이 많이 지적하신 부분에서 (도덕성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전 의원은 "올해 1월 장인어른으로부터 5000만원을 증여 받았는데, 증여사실을 세무서에 신고했나"라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전 의원은 "(관사 재테크 관련해) 장인의 아파트를 매수하다 보니 1억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 싸게 매입을 한 것인데, 이것은 오히려 증여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2000만원 정도 가까운 증여세를 내셔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5000만원 증여한 것까지 포함해서 증여세를 내야 하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시세보다 싼 것이 무조건 증여로 취급되는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사법부의 위장전입 처벌 사례를 언급하며 강력 처벌의 필요성을 주장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는 "제가 전입신고를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저와 제 집사람의 전입신고가 잘못된 부분은 투기와는 상관없는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친분 관계를 언급하며, 향후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에 대한 향후 대법원 사건 심리를 회피할 가능성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와 조 전 장관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로,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한 저서에서 이 후보자를 "정의감이 남달리 투철한 동기"라며 친분을 드러낸 바 있다.
이 후보자는 친분 관계를 묻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대학 때 인연이 대부분이고, 그 뒤에 같은 활동을 하거나 이런 관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회피 가능성을 묻는 전주혜 의원의 물음에는 "실제 내용이 어쨌든 간에 그런 보도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은 회피 사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 부분은 차후 검토를 하겠다"고 답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대법관 인사가 진보 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으로 '코드화' 됐다는 지적에는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대법원을 구성했다는 그런 결론에 동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과거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던 이 후보자는 "제 생각에 우리법연구회가 특정 성향의 모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여러 차례 답변했다.
이밖에도 야당은 '4·15 부정선거 의혹' 관련 소송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며,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이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전광훈 목사의 보석을 법원이 직권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이 후보자는 "지금까지 도망이나, 직권으로 보석을 취소한 경우가 있었다"며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여야는 3일 오전 10시 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는 지난달 18일 국회에 제출됐으며, 당초 지난달 31일 예정됐던 인사청문회를 국회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2일로 연기됐다.
이 후보자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한 헌법 제104조 2항에 따라,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후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의결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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