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국에는 '한 방울 규칙'(One Drop Rule)이라는 말이 있다. 단 한 방울의 피. 겉모습이 완전히 백인이라도 조상 중 한 명만 백인이 아니면 유색인종으로 간주한다.
이 규칙은 1967년 미 대법원의 위헌 판결과 함께 폐지됐고, 지금은 법률로 인종차별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내재된 뿌리깊은 인종차별 인식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지난 5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와 8월 세 아들 앞에서 7발의 총탄에 맞은 제이콥 블레이크. 이 흑인 남성 2명의 사건이 미국 전역 시위로 번진 것도 미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분노 때문이었다.
이들의 분노는 막연한 적개심이 아니다. 미국 흑인은 경찰에 의해 사망할 확률이 백인보다 3.2배 높았다. 하지만 경찰이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2005~2017년 5월 경찰 80명이 근무 중 총격 살해 혐의로 체포됐는데 이 중 35%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위의 불길을 키운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있다. 그는 시위를 '테러 행위'로 지칭하고, '법질서' 수호를 내세우며 군 투입을 경고했다. 서구 정치권에선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 지도자가 사과와 함께 수사를 약속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한의 정치적 제스처조차 취하지 않았다고 미국인들은 보고 있다. 실제 미 CBS방송이 지난 6일 발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7%가 "대통령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답했다. 미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와 야후뉴스가 7월 실시한 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주의"라는 응답이 50%에 달다.
미국은 한때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였다. 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리라는 꿈을 안고 미국으로 향했다. 이는 미국을 세계 최대강국으로 키운 힘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제 외국인에 대한 문을 걸어잠근 채 중국이라는 도전자에 패권을 빼앗기지 않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성장하는 제국은 포용적이고 다원주의를 추구한다. 반면 쇠락하는 제국은 폐쇄적이다. 로마제국은 4세기 불관용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11월3일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가 분열과 혐오로 얼룩진 미국을 봉합하고 앞으로 나아갈 전략을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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