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포털 통제 논란이 불거진지 하루만에 공개적으로 경고를 내놓으며 당 기강 잡기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처럼 빠르게 대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평소 정치인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이 대표는 윤 의원을 비롯한 자당 의원들을 향해 "국민에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조심하라"고 그야말로 엄중한 경고도 보냈다.
이낙연 대표는 9일 윤 의원이 전날(8일)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편집에 문제 제기를 한 것과 관련해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엄중하게 주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몇몇 의원님들께서 국민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정 의원들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지나친 언동으로 민심을 자극한 의원들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미리 준비된 말씀자료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 스스로 논란을 서둘러 수습하고, 의원들을 향해 국민 상식선에 맞게 행동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리 준비된 발언이 아니었기에, 회의에 참석한 김태년 원내대표나 다른 최고위원들도 이 대표의 공개적인 주의에 술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저를 포함한 모든 의원님들이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며 "김태년 원내대표께서 이에 관한 고민을 해주시길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당대표 후보 시절 지나치게 말을 아낀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당 대표 취임 후엔 매우 빠른 대처와 현안 발언, 정책 제안으로 '이낙연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취임 2주차인 이 대표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한 당 의원들의 엄호 차원의 돌출 발언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문제는 검찰 수사로 가려질 일이지만, 국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있다면 국민 상식선에 맞는 정제된 발언을 의원들이 내놓아야 하는데, 지나친 추 장관 엄호 발언들로 되레 국민적 공분을 사는데 대한 우려가 그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초선이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김남국 의원이 연일 추 장관 아들 관련 언급으로 논란을 키우는 부분이나, 김홍걸 의원의 분양권 누락 재산신고 논란 등이 신임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앞서 김남국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라고 비판했다가, 21대 국회의원 중 군 미필자는 민주당이 34명으로 국민의힘 12명보다 많다는 반박에 역풍을 자초했다.
이처럼 당내에서 돌출 발언들이 터져나오며 여론이 악화되자 당 지도부는 고심이 큰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추 장관 아들 문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차원에서 말을 아끼면 좋을텐데 조율되지 않은 의원들의 개별 발언들이 너무 많이 나와 걱정"이라며 "제2의 조국 사태라는 야당의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불리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당대표 취임 후 첫 정기국회를 맞아 이 대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극복과 민생 입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취임 초부터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과 포털 통제 비판 등으로 야당의 공세가 거칠어지자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 의원총회가 불가능한 점도 이 대표가 답답해하는 대목이라고 한다. 176명의 의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 대표가 직접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주의해야 할 점, 정기국회에서 집중해야 할 포인트를 확실히 강조해야 하는데, 대규모 인원이 모일 수 없어 비대면으로 화상 의총을 진행해야 하기에 이 대표가 직접 당의 기강을 잡을 기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한계에 이 대표가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작심하고 '의원들의 언동을 조심하라'고 공개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의 기자 시절 동아일보 후배이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 의원은 이 대표의 질타가 나온지 5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송구하다. 저의 잘못이다"라며 "이번 일을 커다란 교훈으로 삼아 한 마디 말과 한 걸음 행동의 무게를 새기겠다"고 사과했다.
한편 추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은 민주당 인사들이 추 장관 엄호에 대거 나서면서, 불필요한 장외설전도 과열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 추 장관 아들 관련, "우리가 식당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 그럼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발언하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은 평소에 식당에서 김치찌개 시켜먹듯 청탁을 하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당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카투사는 그 자체가 편한 보직이라 어디에 있든 다 똑같아서 휴가를 갔느냐 안 갔느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 하느냐는 아무 의미가 없는 얘기"라고 했다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궤변을 넘어 군과 병사들에 대한 모독"이라는 핀잔을 듣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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