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이상학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건물 앞 실외 흡연장. 주말에도 출근한 직장인 1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리거나 아예 벗은 상태였다. 동료와 대화를 나누던 흡연자들은 기침을 하거나 가래도 뱉었다. '마스크 착용·거리두기·기침 자제'라는 '방역 핵심 수칙'이 모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건물 앞 실외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이모씨(43)는 "담배를 끊을 수도 없고,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며 "실내 흡연장이 폐쇄된 상황이라 길거리에서 피울 수 없으니 여기 와서 피우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 13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등 프랜차이즈 카페 안에서 음식·음료 섭취를 허용하지 않는 게 2.5단계의 핵심 내용이었다. 카페 안 흡연실도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실외 흡연장은 예외였다. 2.5단계 시행 기간에도 실외 흡연장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시민들은 "실외 흡연실은 방역 사각지대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손모씨(34)는 "야외 흡연장이라고 해도 인도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며 "지나갈 때마다 담배 연기가 눈에 보이고, 흡연자들이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 기침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종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윤모씨(29·여)도 "야외 흡연장만이 아니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많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건물 관리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종로구 한 건물 관리인 김모씨(49)는 "자체적으로 야외 흡연장을 폐쇄하는 곳이 아니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나라에서도 제재를 안 하는데 내가 무슨 권한이 있겠냐"고 말했다.
반면 일부 흡연자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김모씨(35)는 "흡연자라고 방역지침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며 "지난주 거리두기 2.5단계 기간 동안 음식점, 카페 이용이나 야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일부 지방정부들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야외 흡연 금지를 조치하며 경각심을 심어주는 데 반해 한국은 실외 흡연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야외 흡연은 코로나19 확산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간접흡연 역시 코로나19 전파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방역당국도 담배를 피우면서 숨을 내뿜을 때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된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한 바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밤 12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10명을 기록하며 17일째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자의 20% 이상이 무증상자인 상황이다. 야외 흡연장이라고 해서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는다면 감염에 노출되기 싶다"며 "흡연을 할 때도 사람들 간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흡연자들에게 강제로 담배를 피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제재하고 실외 흡연장에서도 거리두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