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경상남도 서쪽 끝. 서울에서 약 5시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비대면 여행'을 할 수 있는 '하동'으로 떠났다. 마을 내엔 대중교통도 없고,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오지'라고 할 수 있지만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차(茶)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동에선 1일 1차(茶), 아니 3차(茶)가 일상이다. 어디를 가나 차를 내준다.
우리나라에서 차를 처음 심은 곳이 하동이다. '삼국사기'에 신라 흥덕왕(서기 828년) 때 당나라에서 들여온 차 종가를 왕이 지리산 일대에 심게 했다. 재배 지역 대부분 다습한 섬진강 지류에 인접해 있어 안개가 많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비탈 지형 덕에 차나무에서 떨어진 씨가 쉽게 번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산에서 바위틈에 자란 야생차로 유명하다.
하동차를 '명품 차'라고 하는데,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덖음' 기술을 활용하여 고급 녹차를 생산해 주로 보급형의 녹차를 생산하는 다른 지역 녹차와 차별화를 둔 덕이다.
하동엔 여길봐도 저길봐도 사방이 다원, 즉 차밭이다. 하지만 그중에 다도를 즐길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차밭을 보며 차를 마시고 싶다면 '제다원'이라고 이름이 붙은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제다'(製茶)는 차나무에서 잎을 따고 여러 공정을 통해 차를 만들어 내는 모든 기술을 말한다.
제다원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인증 사진 명소가 있다. 바로 '매암제다원'이다. 차밭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작은 골목을 들어가면 지리산 자락 아래 2만800㎡(약 6300평) 규모의 차밭과 일본식 적산 가옥이 어우러진 '비밀정원'이 펼쳐진다.
여행객들은 이곳의 차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은 일본식 가옥의 평상마루다. 삐걱 소리가 나는 다다미로 이루어진 복도를 서른 발자국 정도 걸으면 끝에 평상 마루가 나타난다. 이 마루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으면 문 사이로 보이는 차밭과 어우러져 액자 속에 있는 수채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사진을 찍고 가옥도 찬찬히 둘러본다. 1926년부터 이 자리를 지킨 굴곡진 세월의 흔적이다. 이 가옥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 산림국 임업연습림 부지에 지어진 건물로 6·25전쟁 때는 잠시 인민군 자산으로 있다가 수복 후, 대한민국 정부 소유가 됐다. 1961년에 개인에 팔리면서 자유를 갖게 된다.
매암제다원에서 차를 즐기고 싶다면 매암다방에서 주문하면 된다. 지난해까지 손님이 직접 준비된 다기로 차를 내려 마신 후, 씻어두고 통 안에 돈을 내는 형식의 무인으로 운영됐다. 올해 중순부터 직원이 주문을 받는다. 차 가격은 5000~6000원선이다.
정말 인적 드문 곳에서 다도를 즐기고 싶다면 하동에서 굳이 제다원을 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다도를 즐길 수 있다.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 협동조합에서 '다달이하동 차마실'을 최소 하루 전에 신청하면 '다도키트'를 대여해 준다. 키트는 다기 세트와 나무 쟁반, 돗자리, 보온병, 하동 녹차, 다식(녹차 크리스피), 미니 테이블로 이루어져 있다.
다도키트를 들고 다원이 보이는 벤치나 혹은 동정호 같은 호숫가나 섬진강 변으로 가서 돗자리를 펼쳐 들면 나만의 제다원이 된다.
특히 전망이 좋은 곳을 찾는다면 다원과 섬진강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정금다원'(정금차밭)이 있다.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해발 200m 산 중턱에 계단식으로 조성된 정금다원이 나타난다. 이곳엔 정자도 있어 편히 쉬어갈 수도 있다.
방구석도 제다원이 된다. 지난 24일 하동에서 전국 각지에 있는 여행객과 화상회의 서비스를 통해 다도 클래스(강좌)를 열었다. 지자체 최초의 시도인데 참여한 랜선여행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랜선 여행객들은 미리 택배로 받은 다도 키트를 들고 화면을 통해 하동의 차 전문가를 따라 다도 예절을 배운다. 실시간 양방향 소통 기능으로 차 전문가가 한 명씩 지목하며 꼼꼼히 알려준다.
Δ 하동 수제차, 제대로 알고 싶다면?
하동에선 집마다 직접 차를 기르는데, 그중에서도 명인이 차를 만드는 곳이 있다. 명인들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제다'(製茶)를 통해 차를 만들어 낸다. 제다는 차나무의 싹, 잎, 어린줄기를 찌거나 덖거나 발효 등을 거쳐 재료로 만든 후 비비기, 찧기, 압착, 건조 등의 공정을 통해 마실 수 있는 차(茶)로 만드는 전통기술이다.
3대째 대를 이어 전통방식을 이어오는 '연우제다'에선 명인이 직접 내려주는 차를 마실 수 있다. 야생차를 전문적으로 제조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명인과 함께하는 다도와 녹차따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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