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한국에서 최초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맺은 협약이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배달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제도 개선을 담았다. 끊임없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가 상생하는 첫 발판이 될 것이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6일 체결된 '플랫폼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 1기'(플랫폼포럼)이 6개월여 간의 협의를 통해 도출해 낸 합의문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날 플랫폼포럼은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최종 합의문 협약식을 개최했다. 플랫폼포럼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플랫폼 산업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 출범했다.
플랫폼포럼은 1기 활동 의제로 '배달업'을 선정했다. 출범 이후 플랫폼 포럼은 6번의 전체회의와 3차례 확대 간사회의를 진행해 합의문을 도출해냈다. 포럼은 기업과 노동조합의 관계자, 학자 등 11명의 민간 위원으로 구성됐다. 플랫폼 산업과 관련해 민간이 주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달 노동자 처우·노동환경 개선 조항 담겨
최종 합의문은 그동안 배달업계 노사 간 갈등의 핵심이었던 노동자들의 처우와 노동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동안 배달업 종사자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의 특수고용형태로 일을 하고 있어 회사와 불평등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으며 안전사고에도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합의문에는 기업과 노동자 간의 '대등한 지위'로 계약이 체결돼야 하며 업무시간도 노동자 스스로 정해 원하지 않는 업무 수행을 강요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임금 관련해서도 노동자가 보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기업이 세부명세서를 제시하도록 규정했다. 또 특정인에게 업무가 몰려 수익이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이고 공정한 업무 배분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또 기업이 정규직을 고용할 필요가 있을 때 기존에 '플랫폼을 매개로 하던 배달노동자를 우선 채용하기로 노력한다'는 조항도 들어갔다.
이어 합의문에는 안전한 배달을 위해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가입 독려, 적절한 교육과 보호장구 제공, 충분한 휴식을 제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심야, 혹한·혹서기 등 위험한 배달환경에서 안전대책을 강구할 것과 사고를 유발하는 위험한 속도경쟁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그동안 배달 노동자들이 업체의 정책에 따르기 위해서 혹은 좀 더 많은 배달을 따내기 위해 짧은 시간에 무리하게 배달을 강행해 사고가 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8~24세 청년의 산업재해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1위가 '배달'이었다.
플랫폼포럼은 합의문에 '종사자는 돌발적인 위험이 발생하면 이미 수락한 업무도 중단할 수 있고 기업은 종사자가 업무의 중단이 불가피했던 상황을 사후 입증하면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명시해 배달 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릎쓰고 배달에 나서지 않도록 보호하도록 했다.
또 플랫폼포럼은 합의문에 종사자에게도 법률에서 정해진 의무 교육에 반드시 참여하고 도로교통법 등 관련 법류를 준수하게 하는 조항을 담아 스스로 사고 예방에 노력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논의 후속 과제로 남아
이번 협약으로 노사가 원칙적인 합의점에 이르렀다는데 큰 의미가 있지만 향후 구체적인 개선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여전히 여러 난관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도 "지난 6개월여 기간 동안 사측과 여러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관점과 해법에 있어 격차가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합의는 분명히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지만 많은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합의가 플랫폼 기업을 미화하는 그럴싸한 포장에 그치지 않으려면 앞으로 (설치되는) 상설협의기구에서 논의해서 내놓은 구체적인 결과가 훨씬 중요할 것"이라며 "후속 논의과정을 지켜봐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당부했다.
플랫폼포럼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도 "아직은 완성이 된 게 아니라 하나씩 만들어 가야할 것 같다"면서도 "첫 이정표를 찍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의에 참여한 기업과 노동조합, 전문가들은 후속 과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상설협의기구를 만들어 협약 내용을 유지, 실천,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상설협의기구는 배달료 기준과 체계 개선 방안 마련, 공정한 업무배분 시스템 설계, 직업훈련 인프라 및 협력 프로그램 구축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더불어 플랫폼포럼은 Δ배달서비스 플랫폼 노동 종사자 안전과 권익 증진 Δ플랫폼 노동을 포괄하는 사회안전망, 고용서비스 체계 마련 Δ배달서비스업에 관한 법률 제정 등 7가지 제도개선과 정책추진 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배달 산업으로 시작한 플랫폼 산업의 사회적 합의를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것도 플랫폼포럼에게 남겨진 과제다.
이에 대해 이병훈 플랫폼포럼 위원장(중앙대 교수)는 "플랫폼 배달산업의 당사자들이 주도한 사회적 대화에서 합의한 이번 자율협약 및 정책 건의를 통해 배달 플랫폼 업계에 상생의 질서와 문화가 마련되고 다른 플랫폼 분야에서의 전향적인 변화를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협약에는 국내 대표적인 배달대행업체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스파이더크래프트가 참여했으며 노동조합 측에서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라이더유니온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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