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혈 지지지 그룹인 '큐어넌'(QAnon)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극우 음모론 집단에서 출발한 비밀조직이지만 최근 대선 유세 현장에 나타나는 등 공개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큐어넌의 정체에 대해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큐어넌은 2017년 10월, 미국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an)에 정부의 고위 당국자라고 주장하는 익명의 사용자가 글을 올리면서 탄생했다. 그는 “글로벌 카르텔에 관한 기밀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최고 보안등급인 Q등급을 갖고 있다”며 “스스로 ‘선명한 애국자 Q’”라고 불렀다.
큐어넌이란 단어는 ‘Q’와 ‘Anonymous(익명)’의 글자를 합쳐 탄생했다. Q는 글에서 “이번 전쟁은 그들의 범죄에 대한 응징이며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폭풍으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그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명인과 진보적인 셀럽들이고 이들은 음모론에서 악당으로 캐스팅됐다. 이 악당들은 딥스테이트의 일원으로 아이들을 학대하고 피를 먹으며 영생을 꿈꾸는 악마 같은 존재다. 전국에 아동 인신매매 네트워크를 거느리는 파렴치한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이들의 음모론은 점점 가지를 쳐서 여러 이야기를 생산해 냈다.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실제로 조사한 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이 아니라 클린턴 전 장관과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고위 인사였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뮬러에게 지시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선 획책을 공모한 사람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큐어넌
큐어넌이 백악관 질문에 등장할 정도가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음모론에 빠진 소수의 일탈로 무시해서는 곤란하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왔다.
미국 내 주류 언론은 사회가 생각하는 것보다 큐어넌의 음모론이 널리 퍼져 있다는 걸 증명했다. 지난 8월 11일 NBC는 페이스북 내부 보고서를 통해 “페이스북 내부에 수백만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수천 개의 큐어넌 관련 그룹과 페이지가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사적인 그룹이라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건데 조사에서 확인된 상위 10개 그룹의 회원 수를 합하면 100만명이 넘었다.
또 다른 지표도 있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큐어넌을 검색한 횟수가 1월 중순과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큐어넌, 우려되는 이유는?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우려해 플랫폼이 개입한다고 해도 이런 음모론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본다. 트위터는 7월 말 큐어넌과 관련한 7000개의 계정을 삭제했다.틱톡은 큐어넌과 연관성이 큰 주요 해시태그 두 개의 검색을 막아버렸다. 이런 차단은 큐어넌 지지자들에게 성전이다. 딥스테이트의 일원인 플랫폼 기업들의 탄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정치세력화다.
‘Q’라는 알파벳이 정치 행사에 처음 등장한 건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였다. 2년 후 이들 중 일부는 비록 소수일지라도 워싱턴 입성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졌다.
언론 감시기구인 ‘미디어 매터스’에 따르면 오는 11월 연방하원 선출직에 도전하는 후보 중 경선에서 승리하거나 결선 투표에 오른 14명이 큐어넌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와 실제 모습에서 큐어넌의 언어와 해시태그를 당당하게 사용한다.
가디언은 “큐어넌은 나이가 많은 공화당원들과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큐어넌 속에는 마치 성경 공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Q의 메시지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하위문화들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