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방탄소년단 사태에 대해 조기수습에 나섰다./사진=뉴스1

방탄소년단(BTS)의 한국전쟁 관련 발언을 둔 중국 누리꾼들의 행태가 해외에서 연일 도마에 오르자 중국 외교부가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미국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선 해외 여론 악화가 부담됐을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인 주변국인 한국과 관계 악화를 피하려고 중국 정부가 조기 수습에 나섰다는 의견도 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BTS 발언에 대해 논평해달라는 질문에 "관련 보도와 이번 일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며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며 평화를 아끼고 우호를 촉진하는 건 우리가 공동으로 추구하고 공동으로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의 발언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인 샤커다오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라갔다. 이에 따라 11일부터 이어지던 BTS에 대한 누리꾼의 공격은 다소 누그러진 상황이다. 

BTS의 수상소감이 중국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고 보도했던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기사는 홈페이지에서 삭제돼 현재는 기사를 볼 수 없다.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의 기사의 경우 제목이 '방탄소년단 발언이 중국 네티즌을 분노케 했다'에서 '6·25 전쟁을 언급한 방탄소년단이 중국에서 저격당했다'로 다소 누그러졌다.

BTS는 지난 7일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밴 플리트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 언론은 이 발언을 두고 BTS의 '양국'은 한국과 미국을 의미한다고 보도했고, 이를 본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전쟁 당시 중국군의 희생을 무시하는 발언이며, 국가존엄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을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로 부르고 있으며 최근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항미원조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공교롭게 BTS의 발언은 중국인의 정서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둔갑하면서 일부 과격한 누리꾼들이 거칠게 반응했다. 

“中 누리꾼 분노가 BTS로 향했다”


일부에선 미국과 갈등으로 과격해진 중국 누리꾼의 분노가 애꿎은 BTS로 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권 언론조차 중국 누리꾼의 행태가 편협하고 과격한 민족주의의 발현이라고 비난하면서 중국당국이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등 세계 주요 외신들은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도를 넘어섰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면 "악의 없는 말을 공격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또 "세계 2위 경제 대국에 정치적 지뢰가 깔렸다"는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놓으면서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중국 민족주의의 위험성"이 연이어 지적했다.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미국의 고립 정책에 맞서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일본이 미국과 가까워진 상황에서 한국과의 관계유지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추진되는 상황에서 양국의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중국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BTS의 발언도 중국이 이해할 만한 수준인 만큼 중국내에서 반한 감정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