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31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알리는 깃발이 걸려있다. /사진=로이터 이번주 내내 여러 외신을 통해 오르내린 대회명이 있다. 소위 '유러피언 프리미어리그' 또는 '유러피언 슈퍼리그'로 지칭되는 엘리트 구단들의 집합체다. 아직 현존하는 대회는 아니다. 실체가 나오지도 않았다. 모든 이야기는 일부 유력 매체들의 보도와 추측에 기반한다. 그럼에도 이 대회와 관련된 소식에 유럽 축구계가 동요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일찌감치 반대 성명을 내놓기까지 했다.
한 국가도 아닌 대륙 축구협회가 실체도 없는 대회에 벌써부터 경계를 표한 모습이다. 이 대회가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파급력이 그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대회이길래 이리들 소란인지,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보도를 중심으로 '유러피언 '슈퍼리그'(슈퍼리그)에 대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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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구상인데 벌써 7조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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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9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슈퍼리그를 간단히 정의하면 '제일 돈 많고 잘하는 구단들끼리만 붙어보자'라고 할 수 있다. 각 국가를 넘어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구단들이 한 리그 안에서 맞붙어 자웅을 겨루자는 취지다. 초강자들의 맞대결은 항상 팬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기에 들어오는 돈도 어마어마하다. 이미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월스트리트의 'JP모건'이 46억파운드(한화 약 6조8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창설 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스폰서가 붙으면 오가는 돈은 더욱 막대해진다.
현재 슈퍼리그 창설에 대해 논의 중인 구단은 5대리그(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의 12개 이상 구단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잉글랜드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이름이 계속해서 오르내리고 있고 소위 '빅6'에 속한 다른 구단들(첼시,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토트넘 홋스퍼)도 발을 담근 상태다. 스카이스포츠는 이들 중 최대 5개 구단이 창설 멤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 유벤투스(이탈리아) 파리 생제르맹(프랑스)등 유럽 유수의 빅 클럽들의 슈퍼리그 참가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레알의 경우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전해진 만큼 리그가 창설될 경우 참가가 매우 유력하다.
만약 리그가 창설될 경우 진행 방식은 크게 두가지다. 일단 리그 형식으로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처럼 18개팀이 참가해 홈 앤드 어웨이로 총 34라운드를 치른다. 이후 최종 우승팀을 가르기 위해 일정 순위 이상의 팀들이 플레이오프를 가진다.
다소 특이한 방식의 '강등'도 존재한다. 스카이스포츠가 공개한 초기 청사진에 따르면 창설 멤버인 12개 구단은 향후 20년 동안 어떤 성적을 거두든 강등될 수 없다. 즉 이 구단들은 20년 동안 막대한 수익이 나오는 리그 참가가 보장되는 셈이다. 이외의 구단들은 해당 시즌 순위에 자국 리그 순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음 시즌 슈퍼리그 참가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이같은 리그 운영 방식과 강등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초기 구상에 그쳐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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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유발한 '쩐의 괴물'… 빅 클럽들만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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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소속 직원이 지난 8월7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 맨체스터 시티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에 앞서 공인구들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같은 구상과 계획이 나오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프로스포츠는 돈에 의해 움직인다. 구단들은 돈으로 더 좋은 선수를 더 비싼 몸값에 더 높은 연봉을 주고 데려온다. 좋은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불러오고 이는 거액의 상금과 배당금으로 되돌아온다. 구단들은 이렇게 얻은 돈을 또다시 선수 영입과 구단 인프라에 투자한다. 현재 유럽을 호령하고 있는 대부분의 빅 클럽들은 이같은 순환 구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지금의 이름과 위치를 얻게 됐다. 슈퍼리그의 창설 배경에는 이같은 순환 구조가 직면한 위기가 존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2020년 한해 동안 유럽축구계를 직접적으로 강타했다. 돈이 마르지 않을 것 같던 빅 클럽들이 너나할 것 없이 선수들의 임금을 깎고, 직원들을 해고하고, 이적시장에서 소극적 투자로 일관했다.
단적인 예시로 바르셀로나와 맨유가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바르셀로나는 지난 3월 선수들 임금의 70%를 삭감하는 과감한 조치를 단행했다.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높은 수익을 자랑하는 맨유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 시즌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입은 구단들이 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가장 매력적인 대안 중 하나로 이같은 슈퍼리그 창설이 거론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배경 자체가 이익중심적인데다 갑작스레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현재 유럽클럽대항전을 주관하는 UEFA와 직접적으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슈퍼리그의 위치를 대신하고 있는 건 UEFA가 주관하는 챔피언스리그다. 매 시즌 챔피언스리그에는 빅리그 구단뿐만 아니라 소위 '변방'으로 불리는 중소리그 우승팀들도 대거 출전한다. 만약 챔피언스리그에서 앞서 언급한 빅 클럽들이 모두 빠져버린다면 대회의 가치는 순식간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슈퍼리그가 일단 진행된다면 지금의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가 운영되는 주중 시간대에 일정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직접적인 충돌이 불가피하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UEFA의 갈등도 다시 본격화될 수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슈퍼리그는 FIFA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클럽월드컵을 운영 중인 FIFA가 단순한 국제대회를 넘어 클럽대항전에도 더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면 UEFA 입장에서는 이를 좌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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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구단들의 탐욕"… 반발 쏟아지는 슈퍼리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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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체페린 회장을 필두로 한 UEFA 측은 이미 슈퍼리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표명했다. /사진=로이터
유럽 내에서는 이미 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UEFA는 이주 초 해당 보도가 나오자 "알렉산드르 체페린 회장은 수차례의 기회를 빌어 우리가 슈퍼리그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강한 어조로 반발했다. 과거 포르투갈 대표팀의 레전드인 루이스 피구는 "슈퍼리그가 우리가 알던 축구를 파괴할 것이다. 이는 팬들이 사랑하는 다른 리그나 구단들을 죽이며 소수의 엘리트 구단들만으로 유지되는 탐욕일 뿐"이라며 "축구계는 (이를 막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해설가인 개리 네빌도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여러 하부리그 구단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무릎을 꿇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빅 클럽들)은 60억달러짜리 보따리를 싸들고 새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축구에게 있어 또다른 상처다. 지금은 이같은 계획을 논의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슈퍼리그 계획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단들도 아직은 이에 대해 확실히 밝히지 않고 있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리버풀은 슈퍼리그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에드 우드워드 맨유 부회장도 "어디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