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삼성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건희(78) 삼성전자 회장은 한국 스포츠에도 큰 발자취를 남겼다.
삼성전자는 25일 "이건희 회장께서 2020년 10월25일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고인(故人)은 1942년 대구에서 출생, 1966년 동양방송에 입사한 뒤 1979년 삼성그룹 부회장에 부임했다. 1987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별세 이후에는 삼성그룹의 2대 회장에 올랐고 이후 삼성전자를 세계 일류의 반도체 및 휴대폰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재계의 '큰 별' 이건희 회장은 스포츠계와도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삼성 스포츠단은 야구, 축구, 배구, 농구 등 인기 종목을 비롯해 레슬링, 럭비, 배드민턴 등 비인기 종목에도 많은 관심을 쏟았다.
프로 레슬러 역도산의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이건희 회장은 서울사대부고 시절 레슬링과 인연을 맺은 뒤 1982년부터 1997년까지 대한레슬링협회장을 맡아 비인기 종목 레슬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이회장 재임 시기 한국 레슬링은 올림픽7개, 아시안게임 29개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40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세계적인 강호로 군림했다.
이건희 회장은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20년 넘게 활동하면서 한국 스포츠 외교를 이끌었다. 이 회장은 1996년 제105차 IOC 총회에서 IOC 위원으로 선출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인 2017년 8월 스스로 IOC 위원직에서 물러났다. 2017년 9월 에는 IOC 명예위원으로 추대됐다.
IOC 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비롯한 IOC의 각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국제 스포츠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이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IOC 위원이자 글로벌 기업 회장으로 국제스포츠계에 쌓은 영향력을 활용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앞장섰다.
이건희 회장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까지 약 1년반동안 170일에 걸쳐 11번 해외 출장을 다니며 동료 IOC 위원들을 만나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때로 한 명의 IOC 위원을 만나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평창은 2011년 7월 3번째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만들어낸 성과였고 그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의 역할도 컸다. 이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는 순간 남아공 더반 현장에서 기쁨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존재감이 빛났다. 당시 박태환이 수영 자유형 400미터 예선에서 실격 해프닝을 겪었으나 이건희 회장의 기민한 대처와 스포츠 외교력 덕분에 결국 오심 결정을 이끌어내 박태환의 은메달 획득도 가능했다.
이건희 회장은 프로야구삼성 라이온즈의 초대 구단주를 지내는 등 야구 사랑도 남달랐다. 옛 제일모직 직장 예비군 훈련장에 2군 선수들을 위한 시설(현 경산 라이온즈 볼파크)도 세웠고 2011년 삼성이 5년 만에 우승하자 당시 류중일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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