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김규빈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2월 출범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23일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특검 측은 "피고인들에게 진지한 반성, 개전의 정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앞서 삼성은 재판부의 요구를 받아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양형과 관련해 준법감시위원회 운영을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도 구성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전문심리위원들은 지난 10일 내부회의를 거친 뒤 지난 17일과 19일, 20일 사흘에 걸쳐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의 준법감시위원회 사무실 현장으로 나가 방문면담을 시행했다.
특검은 "평가사항 관련해 어떻게 하면 실효적 검증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중"이라며 "제3자 전문가 의견을 듣는 절차도 한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심리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며 "사전에 목적을 미리 정해두고 구색 맞추기가 돼선 안되며 재판절차는 정의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지속가능성 확인은 맨땅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10개월간 자료가 축적됐고 노력해서 충분히 기간 내에 마칠 수 있다"고 맞받았다.
애초 재판부는 오는 30일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지만, 다음달 7일로 연기했다.
이날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은 양형을 두고도 맞붙었다. 특검은 "해방 이후 사회 발전에 따라 재벌의 뇌물공여 및 횡령 범행에 대한 가벌성 또한 발전해왔다"며 "과거 이른바 삼오법칙(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양형에 대한 국민의 부정평가가 팽배했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2007년 1월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법원이 지나친 관용을 베풀었다는 국민적 비판을 받아들여 처벌을 강화하는 양형기준이 제정됐다"며 "이후 SK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횡령 사건에서 징역 4년과 징역 3년6월의 실형이 선고되는 등 양형 기준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재벌 오너들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삼오법칙'을 이번 건에 적용해선 안 된다"며 "만약 삼오법칙이 적용된다면 중대한 위헌·위법적 결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검은 또 "시대 변화에 따라 정치보다 경제권력이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됐으며 특히 삼성은 국내 1위 재벌그룹을 넘어 초일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다른 재벌 그룹 오너는 어떨지 몰라도 재계서열 1위인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는 일방의 강요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 상호 윈-윈의 대등한 지위였다"고 밝혔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특검은 몇몇 증거를 들어 삼성이 적극적·능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며 "거절할 수 없는 요구에 따라 수동적·소극적으로 지원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특검은 소위 승계작업이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한 현안이라 가벌성이 크다는 주장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 사건에서 문제된 주요 현안은 모두 삼성과 그 계열사의 이익에도 기여하는 현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삼성의 지원 역시 다른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며 "포스코도 최서원(최순실)씨 측에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를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청와대의 강한 요구를 받고 통합스포츠단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삼성의 승마지원 과정과 거의 유사하다"며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는 점에서 요구 강도도 훨씬 더 강했다"고 부연했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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