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공시를 분석한 결과 3분기 연결 매출 기준 셀트리온이 ‘매출 1위’ 유한양행을 제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산업이 고전하는 가운데 제약업종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해외 법인 실적 부진으로 직격탄을 입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제약·바이오업계의 국내·외 매출이 요동치면서 기업 순위가 급변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 매출, 처음으로 제약사 1위 제쳐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시장 확대에 힘입어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2453억원과 매출 548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7.8%, 매출은 89.9% 늘어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1903억원이고 매출 전망치는 4611억원이었다.셀트리온 관계자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및 진단키트 공급을 비롯해 차세대 성장동력인 후속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바이오 기업의 매출이 전통제약사를 넘어서는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업계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셀트리온이 기존 제약 빅5를 제치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매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서프라이즈 실적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유럽·미국 등 안정적인 글로벌 매출을 올리면서 위탁생산(CMO) 사업 확대 및 생산 설비 추가 가동을 통한 효율성 개선 등 3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이 전통 제약사 매출을 뛰어넘었다는 것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도 한미·대웅 넘어… 연매출 1조 진입
바이오 기업의 약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약 빅5’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을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분기 매출 2746억원과 영업이익 56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8.57%, 영업이익은 139.46% 증가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의 3분기 기준 매출이 각각 2669억원과 2489억원인 것을 미뤄보건대 바이오 기업과 제약사 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3분기 누적 매출 기준으로도 삼성바이오로직스(7895억원)는 대웅제약(7033억원)과 한미약품(7985억원)을 넘어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말까지 매출 1조527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매출 1조 클럽에 처음 진입하는 것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주력하고 있어 향후 전통 제약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팬데믹을 계기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수요가 급증한 덕분에 위탁생산(CMO) 산업도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올해 주가도 급등했다.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고객사를 유치해 글로벌 CMO기업을 바싹 추격하는 가운데 전통 제약사의 주요 사업인 화학 의약품 파이프라인까지 확보하며 급진전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다케다제약에 2억7830만달러(약 3074억원)를 지불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당뇨병치료제 ▲고혈압치료제 ▲감기약 등 화학 의약품 18개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전통제약사, ‘코로나19’ 여파에 해외법인 실적 감소
중국·미국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해외에 법인을 보유 중인 전통 제약사는 매출이 급감하자 고민이 깊다. 코로나19 여파에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의약품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매출 감소에 시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경 한미’의 3분기 매출은 1341억원으로 지난해(1866억원)보다 28%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6억원에서 99억원으로 22% 감소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북경 한미의 주요 품목은 유산균정장제와 진해거담제 등 어린이의약품인데 코로나19 여파로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질병일수록 병원을 찾지 않아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 중증질환 즉 약물 투여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의약품을 생산하다 보니 매출 타격을 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생산설비를 갖추지 못한 바이오텍과의 CMO 계약으로 성과가 가시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일까. 국내 주요 상장 제약사 20곳이 보유한 해외 법인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5380억원으로 전년 동기(6144억원)보다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마이너스)184억원에서 -8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적자 규모가 1년 새 4.6배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