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한재준 기자,이우연 기자 =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8일 야당의 반발 속에 더불어민주당 강행 처리로 모두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9일 열리는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경제3법을 모두 처리할 계획이지만 야당이 저지에 나설 경우 10일 이후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에도 불구, 이날 오후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사외이사 감사위원에 한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 각각 3%씩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했는데 이를 완화한 것이다.
나머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도 이날 밤 늦게 정무위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정무위 통과 법안은 9일 오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로 회부될 예정이다. 이로써 경제3법 모두 민주당 단독으로 상임위 처리 절차를 마쳤다. 야당은 민주당의 "입법 독재"라며 규탄, 표결에 불참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핵심 쟁점인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이 삭제됐고,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배진교 정의당 의원의 안을 일부 반영해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으로 법안명을 바꿔 처리했다.
정무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여야 이견으로 정회를 거듭하다 밤 11시에야 전체회의를 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자 항의 후 퇴장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는 정무위 전체회의가 열린 회의실에 표결 직전인 밤 11시 30분을 넘겨서 법안 자료가 배포될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갔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장에서 퇴장하며 "우리도 최종 수정안을 지금에서야 받았다"고 개탄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핵심 쟁점이던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민주당이 의결 과정에서 삭제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앞서 안건조정위에서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정부측 개정안 원안대로 처리했지만, 전체회의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철회하는 내용으로 수정안을 올려 통과시켰다.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전속고발권 폐지로 검찰에 기업수사 권한을 확대해주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일부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이지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검찰의 권한이 커질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제기됐다. 검찰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민주당이 검찰의 권한을 키워주는 결정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불공정행위 위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이번 개정안 원안에서는 '경성담합(hardcore cartel)'에 한정해 전속고발권이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원안대로라면 공정위가 적발하는 담합 사건의 90% 이상이 경성담합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전속고발제의 전면 폐지라 볼 수 있다. 이는 곧 공정위의 담합 사건 자체를 검찰이 수사하게 된다는 의미가 된다.
검찰의 기업수사가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낳기에 야당과 재계는 전속고발권 폐지로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기업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고 반대해왔다. 검찰의 담합 조사 때 기업 경영 관련 다른 사항에 대한 별건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법무팀이 미비한 중소 ·중견기업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같은 경제계와 야당의 우려, 검찰 권한 확대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전속고발권 폐지는 없던 일이 됐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전속고발제가 폐지돼 검찰로 기업수사가 넘어가면 과연 검찰이 기업을 압수수색한 자료를 가지고 별건수사를 안 하겠느냐는 우려가 반영됐다"며 "검찰이 기업을 별건수사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안건조정위 의결 과정에서 민주당은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전속고발권 폐지 원안 입장인 점을 감안해 정부 원안대로 의결한 뒤,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을 내는 방식으로 안건조정위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민주당이 (정의당에) 사기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배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전속고발권 유지로 수정되자 "전속고발권 폐지가 후퇴한 것에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며 표결에 불참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반대의견이 있었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허용도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담겼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 지주회사가 CVC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안전장치를 마련해 경제력 집중 및 편법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유감을 표명했다. 박 의원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에 악용되지 않을 수 있는 안전판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나 후퇴하는 형태로 치러지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배진교 의원도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CVC 부분 등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발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배 의원 발의안을 반영, 대안으로 올렸다. 법안명도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으로 수정했다. 법안은 여·수신, 금융투자, 보험 중 2개 이상의 금융사를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금융그룹을 당국이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삼성, 현대차, 한화, 교보, 미래에셋, DB 등 6개 그룹이 대상이 된다.
이들 6개 그룹에 대한 당국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으로,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옥죄기이자 이중 규제라는 반발이 나왔다. 공정거래법과 함께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각 분야 개별 법률을 통해 강력한 사전규제를 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입법은 이중·삼중의 과잉규제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달리 야당 반발이 크지 않아 경제3법 가운데서는 가장 수월하게 통과됐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전 퇴장, 정무위 앞 복도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국민의힘은 "국회가 커피 자판기냐"며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무력감을 호소했다.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정말 부끄러운 저녁이다"라며 "국민들에게 이 낯뜨거운 사실들이 속속들이 알려지길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가 정의롭고 공정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문재인 정권 사과하라"고 세차례 외치고 국회를 떠났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