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챔피언, NC 다이노스와 전북현대. © 뉴스1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저물고 있는 2020년 경자년. 국내 스포츠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매년 그렇듯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 공존했다. 올해 역시 다사다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해 잊을 수 없는 한 해로 기억될 2020년이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는 유례없는 조기 종료를 맞았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무관중 체제로 개막해 힘겹게 시즌을 마쳤다.

아마추어 종목들도 각종 대회가 취소됐다. 특히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돼 수많은 태극전사를 허탈하게 했다. 도쿄올림픽 연기는 국내 스포츠를 넘어 세계적인 뉴스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시간은 흘렀다. 모두의 노력으로 리그를 마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는 챔피언이 탄생했다. 트라이애슬론 유망주 최숙현은 체육계의 병폐 속에 세상을 떠났다. 여러 스타 플레이어들이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2020년 국내 스포츠의 희로애락이다.

◇기쁨(喜) = NC 창단 첫 우승, 전북 K리그 4연패

NC 다이노스가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2011년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 창단해 9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NC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두산 베어스를 4승2패로 물리치며 가을야구에서도 정상에 섰다. 우승이 확정된 후 양의지가 검을 뽑아 드는 '집행검 세리머니'는 외신에도 소개될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전북현대는 K리그 최초로 4연패를 달성했다. 벌써 8차례 우승으로 성남일화(7회)를 제치고 최다 우승 기록까지 새로 썼다. 자타공인 K리그 최강 클럽다운 결과물이었다. 울산현대는 승점 3점 차로 준우승에 만족했다.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인 우승이었다. 사령탑 조제 모라이스 감독, K리그의 간판 공격수 이동국과 예정된 이별을 앞두고 정상에 섰기 때문. 모라이스 감독은 전북과 2년 계약이 끝났고, 이동국은 예고한 대로 은퇴를 결정했다. 고별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이동국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은퇴를 맞이했다.

◇분노(怒) = '최숙현 사건'으로 스포츠 인권 문제 대두

최윤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고(故) 최숙현 선수가 안치된 경북 성주의 한 사찰 추모관을 찾아 최 선수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트라이애슬론 유망주가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비극적인 사건.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은 한국 스포츠의 인권 문제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가해자들을 향한 국민적 분노로 이어졌다.
최숙현 선수의 진술서에는 끔찍했던 과거가 기록돼 있다. 소속팀 감독이 훈련 중 신발로 얼굴을 때렸고, 복숭아 하나를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20대 이상 맞았다. 선배 선수의 모욕적 언행과 욕설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다. 체중이 늘었다며 빵을 억지로 먹게 하는 '식고문'도 자행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소속팀의 감독과 동료 선수는 철인3종협회 공정위원회에서 거듭 혐의를 부인해 더욱 공분을 일으켰다. 결국 가해자 중 한 명이 범행을 인정하는 양심 고백을 했고, 감독과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는 구속됐다.

'최숙현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표 발의자 이용 의원(국민의힘)은 "최숙현 선수 가족들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숙현법에는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권 강화, 직장운동경기부 선수 표준계약서 마련, 선수관리 담당자 등록 등 체육계 인권 침해를 해소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담겼다.

◇슬픔(哀) = 박용택, 이동국, 김태균 등 스타들의 은퇴


‘2020 나누리병원 일구상 시상식’에서 LG 박용택이 대상을 수상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스타 플레이어들의 은퇴는 슬픔을 남긴다. 올해에도 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스타들이 정든 유니폼을 벗었다. 프로야구 기록의 사나이 박용택(LG), 프로축구 라이언킹 이동국(전북)이 대표적이다. 김태균(한화), 정근우(LG), 정조국(제주)의 은퇴도 아쉽다.
프로야구 통산 최다 안타(2504개)의 주인공 박용택. 2002년 데뷔해 19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통산 최다 출장(2236경기) 기록도 박용택의 것. 7년 연속 150안타(2012~2018년), 200홈런-300도루(213홈런 312도루) 등 KBO리그 유일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우승 한은 풀지 못했지만, KBO리그의 레전드라는 평가 속에 박용택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동국은 화려하게 은퇴했다. 올 시즌 K리그 최종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탠 것. 고별전이 팀의 우승을 확정한 경기였다. K리그 통산 최다골(228골) 기록은 이동국의 훈장이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통틀어 총 845경기에서 344골을 넣어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출전과 득점 기록 또한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김태균과 정근우, 정조국도 은퇴 소식으로 팬들을 슬프게 했다. 김태균은 통산 타율 0.320(5위), 2209안타(3위), 311홈런(11위), 1358타점(3위), 1141볼넷(2위) 등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정근우는 '국가대표 2루수'로 활약했고, 정조국은 K리그에서 통산 392경기에 출장해 121골 29도움을 기록했다.

◇즐거움(樂) = 김연경 V리그 복귀, 흥벤저스 결성


1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배구 여제' 김연경.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의 V리그 복귀는 많은 배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함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에 외국인 선수 루시아까지, '흥벤저스'를 구축했다.
김연경은 후배들을 위해 양보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3억5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맺었다. 해외 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받았던 연봉에 비해 크게 부족한 금액. 그러나 김연경은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하면서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며 V리그 복귀에 의미를 뒀다.

막강 라인업을 구축한 흥국생명은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어우흥)'이라는 평가 속에 컵대회에서 전승 가도를 달렸으나, 결승서 GS칼텍스에 덜미를 잡히며 준우승에 그쳤다. 정규시즌 개막 후에는 10경기에서 내리 승리하며 지난 시즌 막판 4연승을 더해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 연승 타이기록(14연승)을 세웠다.

루시아의 부상 속에 2연패에 빠지기도 했으나 다음 경기에서 곧바로 승리하며 다시 일어선 흥국생명은 독보적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제한돼 아쉬움이 크지만, 시청률도 대박이 터졌다. 김연경의 복귀 효과다. 과하게 흥분한 모습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김연경은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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