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도 개발자 인력 유출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 핵심 인력을 빼간 곳은 이커머스업체 쿠팡.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인공지능(AI) 관련 그룹장을 맡던 상무 A씨는 얼마 전 쿠팡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 연봉의 1.5배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제공받는 조건이다. 쿠팡은 A씨 외에 다른 핵심 개발자에게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인력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다. 이직 조건에는 대부분 스톡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예상 기업가치가 최대 72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직자도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차익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쿠팡 상장으로 투자자뿐 아니라 임직원도 ‘잭팟’을 터뜨릴 수 있을까.
쿠팡 기업가치 72조원… 주주 ‘잭팟’ 눈앞
쿠팡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했다. 최종 공모가는 주당 35달러로 당초 희망가 32~34달러 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번 기업공개(IPO) 대상 주식은 총 1억3000만주다. 공모가 35달러를 기준으로 최대 45억5000만달러(약 5조2000만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공모가에 따른 상장 시가총액은 약 597억달러(약 68억원)가 된다. 보통주인 클래스A 주식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만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을 합한 총 주식 수(17억671만4142주)에 공모가 35달러를 적용한 규모다. 다만 미국 월스트리스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630억달러(약 71조8000억원)에 육박한다고 내다봤다.
쿠팡 기업가치가 72조원 가까이 평가받으면서 기존 주주는 상당한 투자 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과 최대 주주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물론 쿠팡 임직원도 ‘대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스톡옵션 시세 차익만 2.5조원… 누가 얼마나?
쿠팡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보고서(S-1)에 따르면 쿠팡 직원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6570만3982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옵션은 회사 주식을 시가와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행사가)에 살 수 있는 권리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행사가에 매입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쿠팡은 창업 초기부터 임직원에게 지위와 협상 조건에 따라 수백~수만주씩 스톡옵션을 차등 지급해왔다. 초기 스톡옵션 행사가는 1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S-1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스톡옵션 평균 행사가는 주당 1.95달러다. 스톡옵션을 보유한 직원은 공모가가 얼마가 되든 평균 1.95달러에 1주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공모가인 35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은 주당 33.05달러의 시세차익을 얻는다. 쿠팡이 발행한 전체 스톡옵션 규모로 보면 시세차익만 21억7151만달러(6570만3982주×33.05달러), 한화로 2조4670억여원에 달한다. 상장 첫날 쿠팡은 시초가 63.5달러로 시작해 장중 6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49.25달러에 마감했다. 주가 상승에 따라 시세차익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쿠팡 임직원이 1인당 얼마의 시세차익을 남길지는 미지수다. 쿠팡의 전체 직원 수는 5만명에 달하지만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 수에 대해선 밝히지 않아서다. 받지 않은 직원도 있고 직원마다 스톡옵션 수량과 행사 가격이 제각각이어서 내부에서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톡옵션 대박?… 주가 추이 봐야
쿠팡 임직원은 스톡옵션 행사 시 주당 18배에 달하는 이익을 얻는다. 평균 행사가인 1.95달러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공모 희망가 최상단인 35달러에 주식을 매입한다고 가정했을 경우다. 다만 스톡옵션 행사 가능 시점의 주가에 따라서도 이익이 달라진다.
상법상 스톡옵션은 받을 날로부터 2년 이상 재직해야 행사할 수 있다. 일찍 스톡옵션을 받았던 임직원은 상장과 동시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재직 2년이 되지 않은 경우 행사가 불가하다. 보호예수기간도 걸려있다. 보호예수는 기업의 상장 직후 지분을 많이 가진 대주주나 임직원이 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쿠팡은 S-1 보고서에 주요 경영진과 이사 및 1% 이상 주주와 직원을 대상으로 상장 후 주식 보호예수 기간을 최대 180일로 명시했다. 180일이 지나면 주식을 팔아치우든 보유하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다만 보호예수가 풀린 시점에 주가가 하락한다면 대박 실현은 어렵게 된다.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경우도 상당하다.
쿠팡의 피어그룹(Peer Group·비교대상기업군)으로 꼽히는 중국 이커머스업체 알리바바그룹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9월 NYSE에 상장한 알리바바는 이후 6개월, 1년 뒤 보호예수 물량이 풀릴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였다. 전체 주식 63%의 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된 2015년 10월엔 주가가 전일 대비 3%가량 떨어졌다. 상장 후 첫 거래일 주가 대비 31% 하락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락한 데다 묶여 있던 주식까지 시장에서 자유롭게 팔 수 있게 되면서 알리바바 투자자는 물론 직원도 요동쳤다. 당시 장융 알리바바 CEO(최고경영자)가 직원 이메일을 통해 “주가는 잊어버리고 업무에 전념하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대주주도 “보호예수 해제 물량을 매각하지 않겠다”며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쿠팡, 상장 이후 성장세 이어갈까
쿠팡은 상장 직후 곧바로 스톡옵션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임직원 명단이나 수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분 33%를 보유한 최대주주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3분기 투자금 회수(엑시트·exit)를 발표했다. 보호예수기간 만료로 대량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쿠팡이 증시 입성 후 높은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임직원을 포함한 주주가 차익을 남기려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야 한다. 업계에선 쿠팡이 매년 최소 40% 이상 매출 성장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쿠팡의 기업가치는 주가매출비율(PSR) 기준 1.5~3배 수준이다. PSR은 예상 시가총액을 연 매출액으로 나눈 것으로 이 지표가 높을수록 주식 가치가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 예상 공모가 산정기준을 적용할 때 올 매출액은 전년 대비 최소 40% 성장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물론 쿠팡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67%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로 무려 91% 성장한 11억6734만달러(약 1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이커머스시장 경쟁 강도와 쿠팡의 적자 구조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성장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쿠팡은 막대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누적적자는 41억1800만달러(약 4조5500억원)에 이른다. 쿠팡은 이번 IPO를 통해 5조원대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다시 물류센터와 고용 등에 투자하는 데 쓴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내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상장으로 조달한 4조원가량을 물류센터 확충에 쓴다고 하지만 업계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데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 물류센터 가동률은 떨어지고 적자는 늘어날 것”이라며 “공모가가 고평가돼 있는 점을 떠나 주가 추가 상승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도 변수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선 네이버와 쿠팡이 2강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3위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을 앞두고 있다.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롯데그룹이나 커머스 사업을 키우는 카카오 등이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단숨에 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