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돼 있다. /사진=로이터
국내 정유업계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국내 정유사들의 수입, 수출 물량 비중은 각각 2% 안팎이여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26일 한국석유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 중 중동산 비중은 약 68%이며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산은 2%다. 나머지는 아시아, 멕시코, 미국 등에서 들여온다.

유럽산 수입 원유는 수에즈 해협을 거쳐 국내로 들여온다. 수입 비중이 적은 만큼 최근 수에즈 운하에서 발생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좌초 사고로 인한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게 정유업계 분위기다. 

수출 차질도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업계의 수출 비중은 일본, 싱가폴 등 아시아가 약 70%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중국이 차지한다. 유럽향 수출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다만 이곳을 통해 국제 원유 수송량의 10%가 이동하고 있어 사고 수습이 미뤄질수록 국제유가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수에즈 운하에서 선박이 멈춘 다음 날인 24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9% 오른 61.18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5%대 급등세를 보이며 64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수에즈 운하 사고는 단기 리스크로 유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사고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 모임)의 원유 증산 여부나 백신 접종, 코로나19 재확산 등이 유가를 좌우할 요소라는 설명이다. 

사고 이후 5~6% 오르던 유가는 25일 기준 운항 차질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인식 등으로 3.8~4.3% 내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사고 장기화 우려와 낙관론이 오가며 유가가 변동하고 있다"며 "석유 수요에 대한 뒷받침이 되지 않은 채 유가가 계속 오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국가마다 재고 물량이 있기 때문에 수급, 공급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와 정부는 160일치의 원유, 석유제품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며 "운항 차질이 정상화되면 유가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은 지난 23일 수에즈 운하 북쪽에서 멈춰섰다. 이 선박은 폭 59m·총길이 400m로 대각선으로 운하를 막은 상태다. 에버그린은 "강풍으로 선박이 항로를 이탈하며 좌초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십척의 선박이 수에즈 운하 인근에 적체돼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는 선박 무게를 줄이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 등을 빼내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