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김치는 99.9%가 중국산이다. 식당과 급식 업소 등에서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주로 사용한다. /사진=뉴스1


일본의 초밥, 베트남의 쌀국수, 인도의 카레 등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이 있다. 이들 음식은 한국인의 식탁 위에도 쉽게 오르내리며 친숙한 메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 전통 먹거리인 김치도 세계화를 목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발효식품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김치 수출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아직 세계적인 음식이라 부르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게다가 수년째 지속되는 한국의 김치 무역적자는 김치 종주국이란 위상마저 뒤흔들고 있다.

80개국이 찾은 한국의 매운맛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김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코로나19 여파로 면역력 강화 음식으로 주목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4451만달러로 전년 대비 37.6% 늘었다. 종전 최대 기록인 2012년 1억661만달러를 8년 만에 넘어섰다.

과거 일본에 집중됐던 김치 수출 시장도 전 세계 80여곳으로 늘면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일본이 711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에 가까운 49.2%를 차지하며 한국 김치의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미국(2306만달러) ▲홍콩(776만달러) ▲대만(587만달러) ▲호주(564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이들을 포함해 총 100만달러 이상 김치를 수입한 국가는 14개국에 달했으며 남미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 김치 수출도 눈에 띄고 있다. 김치 세계화의 선결 과제인 ‘탈 아시아’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주요 김치 수출업체로는 ‘종가집’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상과 ‘비비고’ 브랜드를 판매하는 CJ제일제당 등이 있다. 대상은 김치의 세계화를 목표로 올해 안에 미국 현지에 김치 생산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남자프로골프투어(PGA)를 후원하는 등 비비고 브랜드를 무기로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김치는 면역력 좋은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수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명예교수 연구진은 한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적은 이유로 ‘김치’를 꼽았다. 부스케 교수는 “한국인은 대부분 김치를 거의 매일 섭취한다”며 “김치의 발효 성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프=김은옥 기자


불안감 크지만 중국산 99.9%


반면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김치는 99.9%가 중국산이다. 식당과 급식 업소 등에서 저렴한 중국산 김치를 주로 사용하면서 수입 비중이 늘고 있다. 중국산 김치 대부분은 산둥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100여 곳의 제조업체에서 만들어진다. 제조 단가는 ㎏당 863원으로 국산 김치(2872원)와 비교해 3분의1에 불과하다.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는 하루 이틀 불거진 게 아니다. 지난 2005년 중국산 김치에 납 성분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보도 이후 배추·대파·무 등 김치 재료가 되는 채솟값이 치솟았다. 지난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해외 김치 제조업소 현지실사 결과 중국의 45개 업체 중 14곳이 위생 상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중 7개 업소는 위생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수입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식약처는 거듭되는 중국산 김치의 위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국 현지 생산부터 국내 유통까지 김치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지난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는 인증 업체에서 생산한 김치만 수입 가능해진다. 하지만 김치뿐 아니라 다른 중국산 식품 역시 위생 등에서 문제가 많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음에도 가격적인 이점 때문에 식당 등에서는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11년 넘게 무역적자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수입은 매년 급증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김치 수입액은 1억5246만달러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다. 전체 수입에서 99.9%가 중국산이다. 사실상 수입산 김치는 중국 김치로 봐도 무방하다.

중국 김치의 수입 공세에 무역수지는 11년 넘게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김치 시장은 791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2591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던 2019년보다 적자 폭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대로 국내산 김치의 중국 수출은 바닥을 치고 있다. 국내 김치의 대(對)중국 수출은 ▲2017년 30만달러 ▲2018년 42만달러 ▲2019년 39만달러 ▲2020년 30만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프랑스나 독일 등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유럽 국가에 대한 김치 수출 규모와 비슷한 수치다. 

김치의 제조원가를 제외한 물량만 놓고 비교하면 한국과 중국의 무역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김치 물량은 28만1186톤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한국은 58톤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자국 기업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수출 품목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지만 자국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수입 품목에는 엄격한 기준을 내밀고 있다. 중국의 이중잣대가 한국산 김치의 중국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국 김치는 살균 제조하는 다른 파오차이류와 달리 자연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발효 초기 대장균이 존재할 수 있어 중국의 엄격한 위생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한국 김치의 대중국 수출은 2012년 이후 급격히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