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시니어 모델' 열풍이 불고 있다. 2019년 '사딸라'(4달러)라는 유행어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린 배우 김영철의 버거킹 광고부터 이순재의 롯데제과 자일리톨껌 휘바휘바 광고, 김혜자의 코오롱스포츠까지 시니어 모델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K-할머니'가 광고계를 주름잡고 있다. 배우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한국 할머니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광고의 주요 타깃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10~30대 젊은층이 70~80대 할머니에게 열광한다는 점에 광고주들이 주목한 것.
1020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최근 윤여정을 모델로 발탁해 화제를 모았다. 이전 모델은 지그재그 고객층과 비슷한 또래이자 이들의 워너비로 꼽히는 한예슬이었다. 하지만 지그재그는 이들 세대가 이제 할머니를 좋아하고 따라한다는 점에 주목해 K-할머니 윤여정을 기용했다.
지난 12일 공개된 티저 광고에도 이러한 취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해당 광고에서 윤여정은 "나한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 젊고 이쁜 애들도 많은데. 근데 잘못 들어온거 아니니?"라고 말한다. 광고 본편 영상에는 "옷 입는데 남 눈치 볼 거 뭐 있니? 네 맘대로 사세요"라는 발언이 나온다. 옷을 내 마음대로 '사다'(buy)의 의미와 인생을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산다'(live)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표현해 젊은층의 지지를 받았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햇반컵반 모델로 배우 나문희를 발탁하고 ‘명탐정 컵반즈’ 신규 캠페인을 선보였다. 탐정이 된 나문희가 햇반컵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추리형 콘텐츠다. 햇반컵반 신제품 발표를 하루 앞두고 핵심 연구원이 사라졌다는 스토리로 총 5가지 단서 영상을 통해 6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의 범인을 찾는 내용.
CJ제일제당은 나문희가 MZ세대 사이에서 호감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표 출연작인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 나온 '호박고구마' 대사는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MZ세대 사이의 유행어다. 실제로 젊은 팬들은 나문희를 ‘문희찡’ ‘문희쓰’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탐정 컵반즈’ 캠페인 영상 댓글에도 ‘큐티뽀짝 문희’, ‘문희찡 탐정 컨셉과 찰떡’, ‘문희쓰 초대장 갖고 싶다’ 등 친근한 반응이 이어졌다.
글로벌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리더스코스메틱은 최근 배우 강부자를 신규 캠페인 모델로 발탁했다. 기존에 이승기, 양세종과 같은 젊은 남자배우를 모델로 기용하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지난 2월에는 강부자가 젊은 모델들과 함께 춤을 추며 랩을 하는 모습이 담긴 광고 영상을 공개해 주목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핵심 타깃인 브랜드들이 시니어 모델 전략을 기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차원이며 실제로 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