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국세청장 출신인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사진·53)이 주택공급 청사진인 공공개발을 시작도 하기 전에 민간 주택공급에 협조해달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4 부동산대책과 올해 2·4 부동산대책에서 공공 재개발·재건축이나 공공직접시행이란 새로운 공급방안을 내놓았지만 지난 3월 LH 직원들의 3기신도시 불법투기 사태가 터지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 직면한 김 사장으로선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노형욱 장관 주재로 열린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 참석했다. 노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민간 참여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며 “사업성이 열악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곳은 공공이 해도 되지만 사업성이 있고 토지주의 사업 의지가 높은 경우 민간이 중심이 돼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공공개발은 토지주의 과도한 개발이익을 막고 세입자 재정착 지원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게 당초의 취지다. 문제는 투기 사태로 수사를 받는 LH가 사실상 사업 수행을 할 수 있을지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이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은 토지주들이 공공 재개발·재건축에 격렬히 반대하는 상황이다.
김 사장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났지만 LH의 현재 상황에 대해 “지금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짧게 언급했다. 공공과 민간의 협력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부가 공공-민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보고 사업 참여를 결정하는 민간의 특성상 LH의 목적과 대치되는 문제점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부동산개발협회 등의 협회장들도 참석해 민간공급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내놓은 LH 개편안도 사업 수행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LH를 지주회사와 2개 자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만들고 당정 협의를 예고했다. 주택공급과 공공임대 업무를 분리 운영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LH 개편안에 대해서도 “차후 얘기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만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 사장은 “토지 조성과 주택·신도시 건설은 LH가 수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LH가 수행하는 토지 조성과 주택공급 등 모든 국책사업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공익가치를 실현하는 기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