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신규 공공주택지구를 선정해 10만호를 공급하는 등 수도권에 최소 23만호의 주택을 공급한고 밝혔다. (왼쪽부터)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일대, 경기 남양주 와부읍 일대, 경기 광주시 장지동 경기광주역 인근 부지. /사진=뉴시스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직장인 최모(43)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계약 만료 이후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새로운 집을 구해야 하지만 최근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운 데다 보증금이 크게 올라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 씨는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거주를 선택하면서 매물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전셋값이 더 오르면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공공택지 착공 조기화, 신규 택지 지정 등 '공급 속도'에 방점을 찍은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했으나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신규 주택공급까지 3년이 넘게 걸리는 상황에 부동산세제 개편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서울은 4곳을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2029년 착공이 목표로 2672가구를 공급한다. 구체적으로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부지에 1000가구를 공급한다. 정부가 민간 개발사업을 추진하다가 2006년 취소한 이후 약 20년간 방치된 지역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을 맡아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을 공급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완화로 추가 공급이 결정된 수색14구역에는 1152가구를 공급한다. 수색비행장 일대 비행안전구역을 해제해 건축 높이 제한으로 인한 사업성 확보 문제가 개선될 경우 공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학교 용지 복합개발 대상인 강서구 방화동 옛 공항고 부지는 270가구를 공급한다. 2019년 공항고가 마곡으로 이전한 후 남겨진 땅이다. 국토부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건립 추진 중인 학생 체육관과 연계해 청년층 등을 위한 복합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노후청사 복합개발로 진행하는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는 공공주택 250가구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다. 정부는 이곳을 공동육아시설과 어린이도서관 등을 조성해 신혼부부 특화단지로 만든다. 2030년 착공이 목표다. 정부는 4곳 외에 서울에서 신규 주택공급 물량을 정하지 못했다. 지난 1·29 대책에 포함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강서 군부지 등이다.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가구를 짓겠다고 밝혔으나 서울시는 8000가구 이상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부가 최단기 착공 모델을 적용해도 신규 후보지가 실제 입주물량으로 전환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서울 내 공급 물량을 서둘러 구체화해야 공급 불안에 대한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비거주 1주택자 대출 규제…"수급 불균형 우려"

서울 임대차시장의 다른 변수는 대출 규제다. 정부는 내년부터 본인 집을 사두고 한 번도 살지 않은 수도권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전면 차단한다.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로 살면서 비거주하는 주택의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현재는 다주택자와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에서 3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를 취득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는데 여기에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를 추가한다. 은행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HF)·주택도시보증공사(HUG)·SGI서울보증 등의 보증을 바탕으로 취급되는 만큼 보증을 중단하면 사실상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규제가 확대되는 대상은 수도권·규제지역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 가운데 해당 주택을 직계가족 외 세입자에게 임대하고 있는 사람이다.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모를 약 9조3000억원, 약 6만건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으로 1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지 못해 실거주를 선택할 경우 세입자 역시 선택지가 좁아져 반전세나 월세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7·31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도입된 갱신권으로 '2+2년' 만기 물량에 갱신권이 막힌 세입자도 전·월세 시장에 추가로 나와 수급 불균형이 극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 수는 2만940건으로 2025년 8월15일 2만3458건에서 10.7% 줄었다. 2년 전(3만1100건)으로 기간을 확대하면 전세매물은 32.7% 감소했다. 경기도 전세 매물은 지난해 같은 날 대비 42% 줄어 서울·경기에서 1년간 총 1만2000건의 민간임대주택이 사라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직장과 자녀의 학교 등을 이유로 집을 두고 전세에 사는 가구가 200만 이상인데 실거주하려는 수요가 많아지면 전세 공급은 줄고 수요가 줄어 월세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전세를 통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사다리 기능이 약화되는 등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의 주택 공급물량이 적은 데다 착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민간 임대차 시장에 대한 추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매입임대주택을 신속히 늘리고 추가 신규 택지 공급이 이어지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