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자 SSG 랜더스 구단주가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구단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병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OO이형’ 원조격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올해 초 신생 야구단 SSG랜더스를 창단하고 구단주로 거듭난 정 부회장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용진이형’으로 불리고 있다. ‘택진이형’으로 유명한 김 대표와 함께 야구판에서 가장 핫한 형으로 기대를 모은다.

두 구단주 ‘형’들은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형들의 전쟁’을 주도하며 각기 다른 매력으로 야구팬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4월 NC다이노스가 공개한 개막 기념 영상에서 택진이형은 창원NC파크 관중석의 테이블을 청소하는 직원으로 출연해 웃음을 자아냈다. 용진이형은 SNS에서 유통 라이벌인 롯데를 도발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용진이형 상’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택진이형은 빈번하지 않지만 강한 한방이 있고 용진이형은 지속적인 소통으로 화제성을 이끄는 기질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SNS 소통왕 용진이형

정 부회장은 소통 면에서 원조 택진이형을 뛰어넘는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자사 게임 광고나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몰고 오는 택진이형과 달리 정 부회장은 각종 SNS에 수시로 근황을 공개하며 대중과 소통한다. 자신이 직접 요리한 음식 사진은 물론 제품이나 맛집을 추천하고 자녀들과 함께하는 모습 등을 올리며 격의 없는 소통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약 63만8000명에 달해 유명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소통하며 다른 채널로도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스타벅스 공식 유튜브 채널 ‘스벅TV’에 출연해 ‘스타벅스 1호팬’을 자처했다. 영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타벅스 메뉴로 자몽 허니 블랙티, 제주 유기농 말차로 만든 라테, 나이트로 콜드브루 등 3가지를 꼽으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지난 2월에는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에서 이용자 1만여명과 깜짝 소통을 했다. 당시 베일에 싸였던 프로야구 구단명 후보군이나 청라 돔구장 건설 계획 등 새로운 정보를 공유해 주목받았다.

정 부회장은 격의 없고 위트 넘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 친근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로부터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이 게시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좋아요’가 수만개 달리며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심지어 청정 고창 소주나 안전빵 등 정 부회장이 SNS에 소개한 제품이 연이어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인플루언서로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거취와 행보 하나하나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신세계그룹은 점차 오너 마케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용지니어스’ ‘제이릴라’ 등 정 부회장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우승을 차지한 NC다이노스 선수들이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범준 기자

택진이형처럼 우승 꿈꿔

지난해 NC다이노스는 창단 9년 만에 KBO리그 첫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당시 NC다이노스는 우승 트로피 대신 ‘집행검’을 뽑아 들어 주목받았다.

집행검은 엔씨소프트 간판 게임 ‘리니지’에 등장하는 희귀 아이템이다. NC 선수단이 집행검을 들고 환호하며 리그 첫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장면은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았다.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리니지’ ‘집행검’ 등이 올랐고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역대 최고의 트로피였다”고 극찬했다. 엔씨소프트는 NC다이노스의 집행검 세리머니 덕분에 회사와 게임을 세간에 알리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이 세리머니로 택진이형의 각별한 야구 사랑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2011년 NC다이노스를 창단한 이후 아낌없는 투자로 팀의 성장을 도왔다. NC 선수단도 감사의 뜻이 담긴 헹가래로 김 대표와 우승의 영광을 함께 나눴다.

용진이형도 우승 트로피를 향한 야심을 드러냈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SSG랜더스 공식 창단식에서 “마지막 한 경기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롯데자이언츠 대 SSG랜더스 경기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닮아 화제가 된 캐릭터 ‘제이릴라’가 정 부회장 옆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승민 기자

출발선은 유리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해 신생 SSG랜더스를 창단했다. SSG랜더스는 팀 전력이나 모기업 인지도 면에서 NC다이노스 창단 때보다 훨씬 유리한 선상에서 출발한다.

무엇보다도 전신 SK와이번스의 전력을 그대로 가져와 우승 후보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는 51승92패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창단 이래 정규시즌 우승 3회와 한국시리즈 진출 4회라는 기록을 세운 전통의 강팀이다. 

신세계그룹의 탄탄한 지원 속에 다양한 마케팅과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인천 SSG랜더스필드에는 스타벅스·이마트24·노브랜드버거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 다수가 입점해 유통과 야구를 연결한 시너지 창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 6일 특허청에 ‘최신맥주’란 이름으로 특허 출원을 신청했다. 최정·추신수·로맥·최주환으로 이어지는 SSG랜더스의 막강 타선에 붙여진 별명이다. 스타벅스와 협업해 만든 스페셜 유니폼인 ‘랜더스벅’도 21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SSG랜더스 기본 유니폼 디자인에 스타벅스 로고 및 특유의 녹색 이미지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용진이형도 자신의 SNS에 야구 관련 글과 사진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 부회장이 SNS에 올린 랜더스벅 사진에는 1만5520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렸다.

이처럼 주력 사업과 야구를 접목한 장외 대결에서만큼은 택진이형도 용진이형을 부러워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엔씨소프트는 자사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야구단을 활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야구와 접목한 마케팅 활동을 추진하는 데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NC다이노스가 우승했을 때 트로피 대신 집행검을 들어 올린 것 정도가 전부다.

반면 신세계그룹과 정 부회장은 주력 사업인 쇼핑에 레저와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쇼핑몰 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최근 클럽하우스에서 “야구가 끝난 뒤 관중이 그냥 떠나는 모습을 보면 아쉬웠다”며 “돔구장과 스타필드를 함께 지어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