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그림이 그려진 시티투어버스가 라스베이거스 거리를 달리고 있다. /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한국 소주가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하늘길이 막히고 세계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마케팅과 영업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K-주류의 인기는 나홀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대표 주류기업은 ▲가정용 시장 공략 ▲SNS 활용 홍보 활동 강화 ▲과일소주 등 제품군 다양화 등을 앞세워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활로를 찾아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평가다.

‘코시국’에도 소주 세계화 지속

영국 주류전문매체 ‘드링크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증류주 판매 1위는 ‘진로’다. 20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하이트진로는 해외에서 외국인이 쉽게 인지하고 발음하기 쉽도록 모든 소주를 ‘진로’로 통합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소주 판매량은 23억8250만병으로 전년 대비 약 10% 성장했다. 2위를 기록한 필리핀 증류주 브랜드보다 판매량이 3배나 많을 정도로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증류주 시장은 전년 대비 약 9% 감소했지만 한국 소주만큼은 위기를 무사히 넘기는 모습이다.

한국 소주가 사상 유례없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아시아 집중과 해외시장 조사 활동 강화 ▲브랜드별 차별화 전략 추진 ▲편의점 등 입점 채널 확대 ▲SNS 글로벌 통합 채널 운영 등 변화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상반기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주요 업소들을 방문해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자몽에이슬 등 제품 홍보를 진행했다. /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맥주·소주 등 다양한 주류를 80여개국에 수출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진로의 인기에 힘입어 소주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회사의 소주 수출액은 ▲2016년 4410만달러(약 501억원) ▲2017년 4784만달러(약 543억원) ▲2018년 5384만달러(약 612억원) ▲2019년 5862만달러(약 667억원) ▲2020년 7486만달러(약 851억원) 등으로 매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어려움을 뚫고 수출액 8000만달러(약 907억원)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 세계화 선포 이후 기존 교민 시장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현지인 마케팅 전략으로 입지를 끌어올렸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현지인이 주로 찾는 편의점과 마트 등 가정 시장에 제품을 입점하고 현지화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것이다.

온라인·SNS 등 비대면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기존에 분산 운영됐던 SNS 채널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페이지를 열었다. 통일된 글로벌 페이지를 바탕으로 국가별 현지 상황과 소비자 특색에 맞는 콘텐츠를 추가하는 등 현지인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야외 및 대형 행사들이 취소된 상황이지만 온라인·SNS 소통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량 상승을 이끌어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지화 노력으로 미국·러시아·유럽 등 서구 국가에서도 한국 소주가 대중적인 주류로 자리 잡도록 지속적으로 힘써 나가겠다”고 밝혔다.

새콤달콤 과일소주, 현지인 입맛 사로잡다

과일향을 품은 한국 소주도 K-주류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등공신이다. ‘과일소주’로 불리는 리큐르가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와 새콤달콤한 맛으로 중국·러시아·동남아 주류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 1분기 중국에 수출한 소주 물량이 전년 동기보다 83.8% 증가했다고 밝혔다. 과일소주가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하이트진로의 과일소주 수출액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117%씩 성장했다. 소주류 가운데 과일소주 비중도 2017년 14%에서 2020년 53%로 늘었다.

특히 딸기 등 현지인이 자주 접하지 못하는 과일맛의 인기가 판매량 증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하이트진로는 ‘자몽에이슬’과 ‘청포도에이슬’에 이어 수출 전용으로 ‘자두에이슬’·‘딸기에이슬’을 선보였다. 롯데칠성도 수출 전용 상품으로 ‘순하리’ 딸기·블루베리·요구르트·애플망고 등 다양한 맛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한류 붐을 타고 한국 식문화와 음주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그들의 기후적 조건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순하리 제품을 선보였다”면서 “순하리 딸기처럼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접하지 못하는 과일향이 첨가된 제품에 대한 현지인들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수출용 과일리큐르 4종. /사진제공=하이트진로
과일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소주 브랜드 전반에 대해 인식도 크게 개선됐다. 하이트진로가 소주 주요 수출국 조사 결과 해외 현지인 음용 비율이 2016년 30.6%에서 2020년 68.8%로 증가했다. 2016년 소주 세계화 선포 후 펼쳐온 캠페인으로 현지 시장 개척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의 설명이다.

최근 4년 동안 현지인의 소주 음용 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국가는 홍콩과 인도네시아다. 이 두 지역은 4년 동안 6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어 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도 소주 음용 비율이 크게 늘었다. 미국(22.9%포인트)과 중국(22.3%포인트) 등도 20%대가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소주 음용 비율은 현지인이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직접 소주를 구매하는 비율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 한인 거래처에 20%, 현지인 거래처에 80%를 각각 납품할 경우 현지인의 소주 음용 비율은 80%가 된다. 하이트진로는 2024년까지 전략 국가 기준 현지인 음용 비율을 90%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