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유럽연합)가 탄소국경세 초안을 발표했다. 유럽 기업을 보호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쓴 막대한 재정 지출을 메우기 위해서다. 탄소국경세 적용 대상인 철강업계는 EU 내 가격경쟁력 악화와 수출 감소를 우려한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철강의 EU향 수출량은 2018년 294만6000톤, 2019년 278만4000톤, 2020년 221만3680톤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 가운데 EU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을 내놓으면서 철강업계는 긴장 태세다. EU는 시행법안에서 탄소국경세를 2026년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세는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함유량에 EU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한 탄소가격을 부과해 징수한다. EU 역내 생산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은 탄소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철강업계로서는 이중부담이 된다. EY한영회계법인에 따르면 2023년 EU가 탄소국경세를 톤당 30.6달러로 부과할 경우 철강업계는 1억4190만달러(약 16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수출 감소도 우려된다. 가뜩이나 EU의 철강 세이프가드는 연장이 결정된 상태다. 세이프가드는 지난 2018년 7월 시작돼 지난달 30일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EU이사회가 연장을 승인하며 3년 더 시행하게 됐다. 세이프가드는 철강재 수입물량에 제한을 두고 제한량 내에서는 무관세를 적용한다. 제한량을 초과할 경우에는 25% 관세가 부과된다. 유럽향 물량은 세이프가드가 시행된 2018년 이후 감소 추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EU가 1차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CBAM을 도입할 경우 한국의 EU향 1차 철강제품 수출은 11.71%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CBAM이 당장 2년 뒤부터 도입되면 한국산 철강은 가격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기업들은 국내에서 탄소저감 설비 투자나 탄소배출권 거래를 하고 있다"며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에게는 과세 면제나 할당을 유리하게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EU 탄소국경세가 불공정한 무역장벽이 되지 않으려면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합치하게 설계돼야 하고 탄소저감 노력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변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포스코는 2024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35% 줄이겠다는 목표 아래 2019년부터 3년 동안 약 1조800억원의 대규모 환경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밀폐형 석탄 저장설비를 추가로 설치했다.
현대제철은 2년에 걸쳐 소결 배가스 청정설비 1~3호기의 전면 교체를 통해 탄소 저감에 나서고 있다. 3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석탄 가공과정에서 CDQ(코크스 건식 소화장치) 설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CDQ 설비와 제철소 에너지 효율화 등에 4900억원의 환경투자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