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건설의 모태는 중흥주택(총수일가 합자회사)이지만 현재 지배구조 상 핵심기업은 정 회장이 지분 76.74%를 가진 중흥건설과 장남 정원주(54)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이다. 정 부회장은 중흥건설 지분 10.94%도 보유했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합병(M&A)에서 정 부회장의 중흥토건이 인수자금 마련을 비롯해 전체적인 매입 작업을 주도할 것이란 계획은 이미 공공연히 밝혀진 사실이다. 이는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중흥그룹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평생 꿈이 대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란 얘기가 과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알려졌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경영권 승계 준비가 이뤄졌고 그룹에선 정 부회장을 회장님, 정 회장을 왕회장님으로 부르는데 왕회장은 경영 일선보다는 광주상공회의소 등 지역 경제계 활동을 주로 한다”고 귀띔했다.
정 부회장이 아버지의 중흥건설 지분을 인수할 경우 그룹 내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이때 세금 문제나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중흥토건 성장 속도
중흥그룹의 성장 기반은 중흥건설이지만 이번 대우건설에 인수 주체는 사실상 중흥토건이다. 매출 규모나 자금력 면에서 중흥건설보다 중흥토건이 더 우위에 있다. 두 회사가 각각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 수를 보면 한눈에도 중흥토건이 압도적으로 많다. 중흥그룹이 공정위에 의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5년과 비교해도 계열사 자산 순위의 변동이 빨랐고 이는 경영권 중심의 이동을 의미한다.2015년 중흥그룹 내 계열사별 자산순위(2014년 별도재무제표 기준)는 중흥주택(7047억원) 중흥건설산업(4254억원) 중흥건설(2820억원) 등의 순으로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계열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 부회장의 중흥토건(2711억원)과 중흥토건 자회사 중흥S클래스(2682억원)는 각각 7위와 8위였다.
올해 공개된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의 계열사 자산순위는 중흥토건(3조7587억원)이 압도적으로 1위다. 불과 6년 만에 자산이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흥토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961억원이다. 임대주택과 토지, 건물 등 부동산 관련 자산이 1조4547억원에 달한다. 공사미수금과 분양미수금은 각각 865억원, 4652억원이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7월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봐도 정 회장의 중흥건설은 2016년 33위에서 39위(2017년)→59위(2018년)→43위(2019년)→35위(2020년)→40위(2021년) 등으로 정체된 반면 중흥토건은 같은 기간 42위(2016년)→35위((2017년)→22위(2018년)→17위(2019년)→15위(2020년)→17위(2021년) 등으로 올해 두 계단 하락을 제외하곤 폭풍 상승했다.
내부거래 규제 최대 난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은 아파트 브랜드 중흥S클래스 로고 등의 각종 상표권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가 두 회사에 연간 상표권 사용료 0.22%(시공), 0.10%(시행)를 각각 지급한다. 지난해 중흥S클래스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에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는 각각 1억8300만원씩 총 3억6600만원이다.중흥토건의 성장 역사를 보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 1994년 설립한 중흥토건은 2012년 첫 외부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는데 당시 매출 1573억원 가운데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이 1477억원(93.9%)이었다. 이듬해엔 내부거래 비율이 98.4%로 더 높아졌다. 이후 ▲2015년 85.4% ▲2016년 73.6% ▲2017년 63.7% 등으로 내부거래 비율은 점점 감소했다. 2019년 공정위 조사에선 내부거래 비율이 43.8%였고 지난해 29.5%로 조사됐다.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종합건설은 내부거래 비율이 100%다.
공정위가 지정하는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공시·신고 의무가 부여되고 일감 몰아주기(총수 사익편취)가 금지된다.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상호출자금지, 순환출자금지, 채무보증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제재가 추가된다. 현재 중흥그룹 자산총액은 9조2070억원이다. 일반적으로 계열사 거래 비중을 낮추는 방법은 지배구조 변화와 사업의 외주화 등이 있지만 이때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창선 손주 회사도 매출 급증
올해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37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어떤 계열사가 인수자금을 얼마나 부담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중흥건설, 중흥토건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조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게 M&A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중흥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있는 새솔건설, 다원개발의 존재도 주목된다. 두 회사는 2012년 2월 설립해 주요 주주가 모두 중흥토건(75.0%) 정정길(20.0%) 정서윤(5.0%)이다. 정정길·정서윤씨는 정원주 부회장의 자녀들로 사실상 가족회사다. 새솔건설과 다원개발은 설립 자본금이 10억원이다. 회사 설립 시기를 계산할 때 당시 정 부회장 자녀들이 10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솔건설은 매출이 2013년 153억원에서 2020년 1236억원으로 8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억원에서 176억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다원개발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90억원, 68억원을 기록했다. 새솔건설과 다원개발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각각 918억원, 19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