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부동산 분야를 총괄했던 김헌동 전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에 지원하기 위해 사표를 제출, '후보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경실련은 그동안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뿐 아니라 SH의 공공주택 고가 분양, 매입임대주택 운영 비효율성 등을 비판해왔다. 시민단체 간부로선 이례적으로 공사 사장에 지원해 서울특별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24일 경실련에 따르면 김 전 본부장은 지난 13일 SH 사장직에 지원하기 위해 경실련에 사의를 표명했다. 공직에 나설 경우 즉각 사퇴하도록 하는 경실련 내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SH는 13일 신임 사장 후보자 접수를 마감했고 김 전 본부장을 포함 4명이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재작년 말 이후 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본격적으로 비판해왔다. 집값 폭등의 원인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게 비판의 이유다. 경실련은 또 SH가 보유자산을 저평가해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공공주택을 바가지 분양하고 매입임대사업을 위해 민간 주택을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전인 올해 3월 29일과 30일 경실련은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SH가 공공택지 매각과 공공분양으로 막대한 이익을 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국회 국방위원회 하태경 의원(국민의힘·부산 해운대갑)의 자료를 인용해 "SH가 지난 14년 동안 공공주택사업으로 3조1000억원 이상의 분양이익을 올렸다"며 "소비자 3만9000가구에 가구당 평균 8000만원씩 바가지를 씌웠다"고 주장했다. 매입임대사업 관련해선 "지난 19년 동안 2만가구에 약 4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적정성 검토가 허술했고 부패세력의 불로소득 잔칫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예산으로 공공택지를 개발할 경우 두 배 더 많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게 경실련의 지적이었지만 SH는 반박 자료를 내고 "수도권 외곽의 택지개발사업이 장시간 소요되는 것과 달리 도심 내 신속한 공급에 초점을 맞춘 매입임대주택도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노식래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서울 용산2)은 "아직 내정이 확실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다만 시민단체가 시민의 권익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을 생각할 때 이렇게 정치권 진출의 선례가 생기면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다수 시민들의 우려"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앞서 SH 사장 후보로 지명된 김현아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의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김 전 본부장의 후보자 지명이 확정되면 이번에도 인사청문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SH 사장추천위원회는 4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이번주 중 면접을 진행해 1·2순위를 선발, 서울시의회 청문회를 거쳐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서울시는 당초 SH 사장에 김현아 전 의원을 임명할 예정이었으나 청문회에서 부동산을 4채 보유한 '다주택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인사청문 일정은 이르면 다음달 중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