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1) “계란값,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1-2) 계란값은 왜 천차만별일까
(2-1) 브레이크 없는 계란값… 소비자만 봉됐다
(2-2) 그 겨울, 추억의 간식들이 사라진 이유
(3) “계란, 헐값시대는 끝났다”

“장 보러 가기가 겁난다.”
돼지고기, 쇠고기, 과일, 수산물 등 신선식품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월급 빼고 안 오른 게 없다지만 계란은 그 중에서도 상승 폭이 가장 커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을 압박해왔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1월만 해도 계란 한 판(특란 기준 30구)의 산지 가격은 3493원이었다.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한 판에 3000원대를 유지하던 계란값이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그 해 11월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살처분 파동 이후다. 직전만 해도 양계업계조차 높아진 생산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한 판에 4000원을 육박하던 계란값이 ‘미친 가격’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들어 계란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대형마트에서도 한 판에 9000원대를 웃돌았고 동네 마트에선 심지어 1만20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 판매됐다. 그마저도 1회 구입할 수 있는 양이 한 판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말그대로 ‘금(金)란’으로 불릴 정도였다.

AI 확산으로 2020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약 5개월간 산란계 약 1674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전체 산란계의 약 2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같은 살처분은 2016~2017년 AI 사태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정부의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발생농장 반경 3㎞ 이내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됐다.

식용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사육하는 닭인 산란계는 태어난 지 140일 이후부터 알을 낳기 시작해 6개월이 지나면 본격적인 산란을 시작한다. 6개월 이상 산란계 수는 2020년 9월 5만4250만마리에서 2021년 6월 4만8460마리까지 줄었다. 2021년 3분기 기준 산란계 1일 평균 식용계란 생산량은 4329만549개로 전년동기대비 6.7% 감소했다. 공급이 줄었지만 수요는 여전하다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농가에서도 “안 오른 게 없다”


AI 살처분은 시작일 뿐이었다. 통계청의 ‘2021년 3분기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3분기 6개월 이상 된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5177만4000마리로 전년동기대비 4.6% 감소했지만 어느 정도 개체 수는 회복했다. 하지만 병아리 몸값이 비싸져 계란 생산을 위한 비용은 여전히 높다는 게 양계업계 설명이다. 살처분으로 산란계는 물론 종계(병아리를 만들기 위한 알을 낳는 닭)도 구하기 어려워져 병아리 몸값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산란계 병아리 가격은 2020년 6~8월 마리당 1050원에서 2021년 3~5월 1716원으로 63% 이상 뛰었고 같은 해 6~8월에는 1850원까지 올랐다. 병아리 가격은 산란계와 계란 가격에도 반영된다.

설상가상으로 사료비에 인건비까지 상승했다. 대한사료협회 관계자는 “양계용 사료의 경우 1월 421원(㎏당)에서 8월 492원까지 올랐다”며 “2020년 평균 가격이 428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가격 변동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계용 사료 가격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사료비 인상은 국제 곡물가격 변동과 국제 유가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닭은 주로 옥수수와 콩 등 곡식을 사료로 사용한다. 사료업계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격은 2020년 9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들어 2012년 이후 최고치를 연신 경신하고 있다. 1년 이상 지속된 남미권 가뭄 등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곡물 생산량이 줄었고 해상 운임비가 상승해 곡물 가격은 당분간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농가에선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많은데 코로나19 발생 후 (노동자가) 줄면서 인건비가 급등했다”며 “올여름은 폭염으로 사육 관리도 힘들어지면서 생산비 관리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계란값 예전으로 돌아갈까


최근 1년 사이 계란값 변동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계란 유통과정도 가격 안정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홍기범 농협경제지주 계장은 “계란은 정확하게 기준 가격이 없어 양계협회 고시가격에서 1차 할인, 판매량에 따라 2차 할인이 들어간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비자물가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20년 계란 한 판(대란 30개 기준)은 4000원대 중후반에서 5000원대 초반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7124원으로 7000원대에 진입하더니 2월 8542원으로 8000원대를 단숨에 넘어섰다. 이후 6월엔 9204원으로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8월 8000원대로, 9월 들어선 7000원대로 떨어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계란의 권장 소비자가는 계란양계협회가 매주 발표하는 사이즈별 고시가에 따라 변동이 생긴다. 박슬기 위메프 축산파트장은 “고시가는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 위주로 반영되며 온라인에는 크게 반영되지 않는다”며 “온라인 유통채널에서의 권장 소비자가는 직영 농장 유무, 재고에 따른 행사 진행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계란이라도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유통 방식에 따라 물류비 차이가 크고 다루는 계란 물량에 따라 목표 마진에 차이가 있어서다. 마트, 온라인몰 등에선 시세가 반영된 원가로 매입해 인건비, 최소 운영비 등 적정한 이윤을 포함해 판매가를 책정한다. 같은 농장의 계란이라도 산란일 기준, 물량 기준, 지정 농장 확보 기준 등 각 판매처별 납품 기준이 달라 공급가가 달라진다. 부자재 품질과 선별 작업 약소화, 검사 레벨 차이 등도 가격에 반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회복되면서 일일 계란 생산량이 6월 말부터 평년 수준을 보임에 따라 계란 한 판(특란 30개)의 소비자가격은 7월 초 7000원대 중반에서 10월 6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산지 가격은 계란 생산량 증가에 따라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비자가격도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다르다. 계란 시장 자체가 생산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계란값은 농가의 생산 원가를 겨우 상회하는 수준으로 가격 안정화를 위해선 유통 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양계업계 관계자는 “예전 계란 가격이 생산 원가 이하로 받아서 저렴했던 것일 뿐 지금 가격을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며 “작은 농가의 경우 소량 생산이어서 한판에 6500~7000원은 받아야 수입이 생긴다”고 호소했다.

이동기 대한양계협회 경영정책국장은 “공판장 등 계란을 소비자가 농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유통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이상 계란 가격은 유통상인이 관여하는 부분이 클 수밖에 없다”며 “유통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