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지치고 힘든 날. 헛헛한 속을 달래고 싶을 때 죽의 따뜻한 온기는 나를 위로해 준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한 숟갈 뜰 때마다 기분 좋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나만의 소울푸드다.
정경희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밥 소믈리에’로도 불린다. 그는 2011년 입사해 즉석밥 연구를 담당했고 2013년부터 죽 연구를 시작했다. 2017년부터 1년 이상 몇 년을 고군분투하며 개발한 죽은 ‘비비고 죽’을 런칭시켰다. 현재까지 쌀 가공식품 연구를 하고 있는 그는 출시 3년 만에 1억 봉을 판매하는 신화를 일궜다.
삶의 모든 순간에 녹아들어 간 ‘맛’
정 연구원은 “생활과 밀접한 음식이라는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게 식품연구원이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다”며 “식품 시장에서의 트렌드를 읽어 제품에 구현해 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유명한 죽 맛집들을 찾아 제품들을 모두 맛보고 인터뷰도 하며 철저한 사전 작업도 거친다. 그는 ‘밥 소믈리에’ 자격증도 딸만큼 밥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해당 자격증은 일본취반협회 주관으로 매년 일본어로만 시행되는 만큼 취득이 쉽지 않았지만 비비고 죽의 맛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값진 도전 중 하나였다.
정 연구원은 “죽 전문점에 버금가는 상품죽을 개발하기 위해 ‘밥 소믈리에(쌀·밥 전문가)’ 자격증도 딸만큼 애정을 쏟았다”며 “최상의 맛과 품질을 가진 쌀을 감별하는 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국내 7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맛있는 죽이 식탁이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정 연구원은 현재 다섯 명의 연구원들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하나의 제품을 새로 출시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트렌드, 소비자 인사이트 기반 아이디어 도출로 시작하게 된다.
정 연구원은 “콘셉트 조사, 시제품 개발, 테스트 생산, 안전성 검증, 품질 조사 등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며 “일련의 제품 출시 프로세스를 거쳐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데 약 8개월에서 10개월까지 소요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품죽 시장을 ‘용기죽’에서 ‘파우치 죽’으로 재편
정 연구원은 “비비고 죽은 2018년 동원 양반죽이 선도하고 있던 상품죽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출시 초기 비비고죽은 쌀·육수·원물 세 가지를 집중 연구하기 위해 꼬박 1년 이상을 매달렸다”고 말했다. 그 결과 ‘쌀 도정 기술’과 ‘저점도 살균기술’을 통해 쌀알의 식감은 최대한 살리고 최적의 물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정 연구원은 “죽 메뉴마다 특색 있는 맛을 구현해 내기 위해 원물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육수를 활용했고 메뉴별로 어울리는 고형물의 종류, 양과 크기, 특유의 식감을 살려 보다 특색 있는 맛을 구현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죽이 일상화되는 그날까지
정 연구원의 목표는 비비고 죽이 어린이, 청소년,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일상 속 여러 상황과 필요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일상적인 음식이자 국내 대표 죽 제품으로 인정받는 것이다.특히 최근 죽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보니 상품죽 업체와 외식 전문점 등 기존의 핵심 죽 업체들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 체제를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비비고죽은 올해는 전복, 한우 등을 넣은 고급 상품죽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신제품인 보양닭백숙죽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연구원은 “비비고 죽의 경쟁 상대를 단순히 상품죽뿐 아니라 외식 전문점까지 아우르는 5000억원대 시장으로 보고 있다”며 “프리미엄 죽 출시 등 전문점 타깃 수준의 메뉴 개발과 품질 구현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차세대 가정간편식의 대표 품목으로서 시장 성장과 ‘죽 일상식’이라는 식문화 트렌드를 제품으로 키워나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