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미국과 중국이 핵 군비경쟁 억제를 위한 전략적 안정성(strategic stability) 대화를 진행하자는 데 큰 틀에서 합의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군사충돌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양국이 핵무기와 같은 전략무기에 대한 통제를 이룰 실마리를 만들어 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중국 핵과 미사일 증강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언급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안정에 대한 논의 전척 개시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과 전략적 안정성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중간 경쟁이 보다 격화되면 자칫 핵무기 체계와 핵전략에서 양측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냉전 시대 미국은 소련과 전략무기감축협정을 맺고 핵탄두를 줄여왔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러시아는 양국 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를 대체하기 위해 전략적 안정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타트는 군비통제와 위험 감소를 골자로 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2010년 4월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는 내용 등을 포함한 뉴스타트를 체결했다. 이 협정은 올해 2월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러시아와 5년 추가 연장에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지금까지 두 차례 추가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은 소련과는 전략적 안정성 대화를 통해 양국 경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막았지만 중국과는 관련 논의에서 거리를 뒀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핵탄수는 미국과 러시아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발간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연감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보유수는 350개로, 미국(5550개), 러시아(6255개)에 여전히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미 국방부는 의회에 제출한 연례 군사보고서에서 중국이 2027년까지 700개, 2030년까지 1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의 핵탄두 개발 능력을 고려하면 향후 미국과 러시아와 같은 수준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올해 4월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중국은 이미 핵무기에 전용할 수 있는 다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한 상태이며, 결심만 한다면 미 당국이 그동안 예측한 핵탄두 추정치보다 훨씬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의 경우, 1964년 핵무기를 개발한 이후 외부 핵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만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선제불사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발표된 국방백서에서 중국은 어떤 핵국가에 대해서도 1차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선제 공격 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중국의 핵무기 능력과 정책방향에 대한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2015년 국방백서에서 핵전력 보강과 현대화를 지속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중국의 핵무기 개발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역내에서 군사적 위상을 더욱 키우려는 중국과 미사일 방어체제를 바탕으로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는 미국 간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아태지역 전반에서 핵무장론이 확장되고 군비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이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는 지난 4월 공개한 '전략적 경쟁시대 미-중 간 전략적 안정성 개선: 미국과 중국의 시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중은 핵전력과 고도화된 무기 개발 관련 전략적 의도에 대해 회의적 시각과 상호불신이 매우 팽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신 군사 역량을 개발하려는 양국의 상호 작용과 반작용의 역학관계는 군비경쟁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기초가 되고 있다며, 진화하는 사이버와 인공지능 역량은 핵전쟁 위험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확장억제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안정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역내 핵심 동맹과 우방들과 잠재적 군축 합의 가능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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