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6차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만남을 갖는다. 

타이 대표 측이 미국상공회의소와 협력관계에 있는 전경련 측에 국내 주요 기업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주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 대표는 지난 19일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공식적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진행됐던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타이 대표는 한국 기업인들에게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타이 대표는 지난 17일 일본을 방문해 중국을 견제할 '미·일 통상 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행보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SK·LG·현대 등 4대 기업들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44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170억달러(19조1600억원)을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실리콘 밸리에 10억달러(1조1200억원 규모)의 AI(인공지능),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R&D(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국내 배터리업체도 미국을 중심으로 생산거점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1위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사 '얼티엄 셀즈'를 세우고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3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합작 1·2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와는 연 4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SK온은 포드와 13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포드와의 합작사 블루오벌SK와 조지아주 단독 공장을 합치면 미국에서만 약 150GWh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23GWh 규모의 합작 공장을 짓는다. 

지난 19일 열린 '제6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에서는 미국의 철강 무역확장법 232조 문제가 강하게 요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철강 분쟁에 합의함에 따라 미국은 유럽산을 연간 330만톤 무관세로 수입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산 철강 수출물량이 줄어들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 FTA로 한국산 철강은 관세 25%를 면제받는 대신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유럽, 일본은 관세 25%를 적용받았는데 이번에 유럽산은 일부 무관세를 받게 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쿼터 증량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