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취소 처분 등 명령을 받은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휴젤이 24일(오늘) 권리구제 기회를 갖는다./사진=뉴스1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취소 처분 등 명령을 받은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휴젤이 24일(오늘) 권리구제 기회를 갖는다. 보툴리눔 톡신의 수출 방식에 있어 식약처와 업체 간 입장 차이가 뚜렷한 만큼 양측의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업체 모두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국가출하승인 없이 국내 유통했다는 식약처의 판단에 대해 해외 수출업체에 제품 공급을 진행했을 뿐 해당 제품을 국내에 불법 유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해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휴젤·파마리서치 24일 청문회… 품목허가 취소 향방은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휴젤은 24일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보툴리눔 톡신제제 6개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및 회수 폐기 절차' 관련 청문회를 진행한다.

지난 10일 서울식약청은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리엔톡스주' 2개 용량 품목, 휴젤의 '보툴렉스주' 4개 용량 품목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와 회수·폐기 행정처분을 내렸다. 행정처분 사유는 국가출하승인제도 위반이다.


국가출하승인제도는 변질 우려가 있는 의약품에 대해 제조단위별 검정 등 제품의 유통 전 상태를 관련 기관이 확인하는 것이다. 약사법상 생물학적제제 가운데 백신, 항독소, 혈장분획제제 등이 대상이 된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도 이 대상 안에 포함된다. 각 업체는 국내에 유통하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아 정상적으로 판매해왔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이 국가출하승인제도에 포함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

파마리서치바이오와 휴젤뿐 아니라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은 그동안 일부 해외 수출용 제품을 무역업체 등에 공급하고, 이 무역업체에서 다시 수출하는 방식으로 판매해 왔다. 전량 해외 수출되는 만큼 국내 유통과는 무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 업체에서 무역업체로 판매하는 과정을 국내 유통으로 해석했다. 직접 수출하는 것이 아닌 만큼 배에 선적하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이라고 보고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2년 낸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제도 안정적 시행을 위한 질문집’에 따르면 ‘수출용 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나요? 받을 경우 SP(summary protocol, 제품품질요약서)를 작성해야 되나요?’ 라는 질문에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을 받드시 받을 필요는 없으나 수입자가 요청하는 경우 신청가능하며 이때 SP자료를 신청서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그동안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러한 법령·제도·관행을 기반으로 다른 국가들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일지라도 수입자의 요구 시 국내 도매상(무역업체)을 통해 별도의 국가출하승인 없이 자사 의약품을 해외에 수출해 왔다.

이에 휴젤과 파마리서치 모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휴젤은 "식약처로부터 처분을 받은 제품은 수출을 목적으로 생산 및 판매된 의약품으로 식약처는 이를 수출용이 아닌 국내 판매용으로 간주해 이번 조치를 내렸다"며 "해당 제품은 국가출하승인 대상 의약품이 아니며, 내수용 제품은 약사법 제53조 제1항에 근거해 전량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판매해 왔다"고 해명했다.

파마리서치바이오 측도 "약사법상 수출 목적으로 생산·판매한 만큼 국가출하승인 대상 의약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회사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권리구제에 나서겠다"고 했다.

휴젤과 파마리서치 모두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잠정 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26일까지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식약처가 이러한 사정을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각 업체는 해당 제품이 전량 해외 수출한다는 사실을 적극 주장하고 있지만, 식약처 입장에서는 제약회사의 대금 지급 방식이 판매 행위로 인식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수출을 하는 업체가 관련 절차만 대행하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계약을 맺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휴젤 보툴렉스에 대한 공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식약처의 행정처분 대상이 된 제품은 국내 판매용이 아닌 수출용 의약품임을 청문 등을 통해 소명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휴젤은 식약처의 행정처분 대상이 된 제품은 국내 판매용이 아닌 수출용 의약품임을 청문 등을 통해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휴젤 보툴렉스. /사진=휴젤

글로벌 3대 보톡스 시장 중국... K-뷰티 위상 흔들리나

식약처와 휴젤·파마리서치 간 논쟁이 이어지면서 휴젤이 국내 업체 중 최초로 진출한 중국 시장도 이번 청문회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휴젤의 경우 중국 시장에 최초 진출한 한국 제품 업체이기 때문에 관련 소식이 빠르게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이번 사태를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이 매년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밀수 제품의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톡스 제품은 수송 과정에서 콜드 체인 등 특수 운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밀수나 불법 병행 수입 제품의 경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제품 부작용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지는 셈이다. 이번 식약처의 행정조치 소식이 다시 중국 현지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현지 시장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임상과 기타 필수 절차를 마친 한국산 제품이 중국에 공식 진출한 지 이제 막 1년이 넘은 상황에서 이번 식약처의 강력한 조치로 인해 중국 소비자들의 한국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면서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대규모 밀수 유통도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이번 식약처의 조치가 업체들에게는 충격일 수 있으나 언젠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었다”며 “이를 계기로 양국 정부가 시장 투명성을 위해 제대로 노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중국 당국은 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불법 보톡스 제품으로 인해 대대적인 수사와 함께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밀수로 인한 소송건수가 400개가 넘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 제품이 가격과 효능에서 인기가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불법 밀수로 인해 가짜가 대량으로 한국제품인양 중국 소비자에게 흘러갈 가능성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국민 보건을 위한 대대적 밀수 철퇴 캠페인 등을 벌이는 등 위법 행위를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특히 올해 6월부터 국가보건위원회에서는 8개 정부 관련 기관과 협력해 불법 유통되는 미용 의료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대대적 감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주요 매체 등을 통해 공식 유통 제품 사용을 독려하는 등 시장 투명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마일덕 중국과학원 지도교수는 “식약처의 행정처분이 중국 현지 시장 내의 K-바이오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보톡스 제품 수출 전반에 대한 시장 투명성 제고를 통해 제품 안전성과 해외 시장 안정화를 다지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중 바이오 의료 비즈니스 활성화의 기틀 마련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