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은행권 실적잔치에… “챙겨줄 때 나가자”
② 30대 대리도 떠난다… 지방은행·보험사, 몸집 줄이기 한창
③ 카뱅·케뱅·토뱅 “인재 붙잡아야 산다”
대형 시중은행에 이어 지방은행과 보험사도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다. 금융사 희망퇴직은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50대 중반을 대상으로 연말이나 연초 1년에 한번 단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대상 연령층이 30대까지 낮아졌고 횟수도 3회까지 늘어나면서 계절과 나이에 상관없이 회사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고비용을 줄이면서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고 직원은 특별퇴직금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방은행·보험사도 희망퇴직 가속화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 중 부산·경남·DGB대구은행은 지난달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은 매년 연말연시마다 진행되곤 했지만 다시 주목받는 건 늘어난 신청 횟수와 젊어진 대상자 때문이다.
BNK금융그룹 계열사 부산·경남은행은 나이나 직급 제한 없이 10년 이상 근속자면 모두 신청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2022년 1월 1일 기준으로 10년 이상 근무하면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30대 대리급도 대상자가 됐다.
대구은행은 올해 4월과 6월에 이어 지난달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1966년생 직원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엔 7월과 12월 두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올해는 이보다 한 차례 더 늘었다.
보험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B손해보험은 지난 6월 만 45세 이상이면서 근속 10년 이상, 근속 15년 이상이면서 1983년 이전 출생한 과장직무대리에서 주임 직급, 임금피크제 진입 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NH농협생명은 지난달 1982년생 이상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1964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여기에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는 상시특별퇴직을 확대했다. 교보생명은 근속연수 15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시 특별퇴직을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고 신한라이프는 이달 3일부터 9일까지 올해 12월 31일 기준 나이와 근속연수 합이 60이 넘는 직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상시특별퇴직 신청자를 받았다.
조건 좋아 수요도 늘어… “인생 2막 준비”
업계는 연말연시 떠밀리듯 짐을 싸 나가는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됐다고 말한다. 희망퇴직자 조건이 좋아졌고 이직이나 공부, 사업 등을 원하는 직원들이 생기면서 퇴직금을 챙겨 ‘인생 2막’을 서두르는 이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회사는 고직급·고연령 심화에 따른 인사적체를 해소할 수 있고 고비용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조직 효율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나이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32~42개월치, 27~42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각각 지급한다. 대구은행은 근속연수에 따라 ‘33개월치+a(알파)’를 지급한다. 앞서 실시한 4월과 7월 희망퇴직자에게는 각각 ‘29개월치+a(알파)’와 ‘26개월치+a(알파)’를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KB손해보험은 최대 36개월치의 특별퇴직금과 전직지원금 또는 학자금, 본인·배우자 건강검진비를 지급했으며 희망에 따라 재고용(계약직)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시했다. 교보생명은 퇴직금으로 기본급의 48개월치를 제시했으며 신한라이프는 최대 37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지급, 창업지원금·자녀학자금·건강검진 등의 특별지원금도 제공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직을 준비하고 있거나 개인 사정으로 퇴사를 염두하고 있는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통해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회사를 떠날 수 있어 수요가 늘고 있다”며 “회사는 희망퇴직을 통해 고비용 인원을 줄이는 등 조직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직원들은 특별 퇴직금 등을 챙겨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날 수 있어 서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망퇴직으로 디지털 전환 가속?
지방은행과 보험사들이 희망퇴직 규모를 확대한 배경으로는 ‘디지털 전환’이 지목된다. 경영·서비스 환경이 비대면,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디지털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방은행은 인터넷은행의 공세에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고 보험사는 내년 1분기 카카오페이가 손해보험업 진출을 앞둔 만큼 디지털 역량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경남은행은 지난 9월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서비스 기획, 디지털마케팅 등 전략을 담당할 신입행원을 모집했고 대구은행 역시 같은 달 AI(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신기술 관련 기술을 개발할 신입행원을 채용했다. 이어 10월, 11월에는 앱을 개발할 경력직 직원을 채용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4월 신입사원 채용 시 우대자격으로 디지털 관련 수상, 교육이수 조건을 내세웠으며 교보생명은 AI, 빅데이터 시스템을 담당할 직원을 수시채용 중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서비스 환경이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디지털 체질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고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