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A사는 지난달 파격적인 경력 채용 공고를 냈다. 지난해 2억원 이상 번 설계사에게 연봉의 50%를 신인정착지원비(스카우트와 정착비)를 주겠다고 한 것이다.
이직과 동시에 최대 1억원 이상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높은 이적료가 초년도 모집수수료를 월 납입보험료의 1200% 이하로 제한하는 이른바 ‘1200%룰’을 피해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판단한 A사는 조만간 채용 공고를 또 낼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GA들을 대상으로 과다한 이적료 지급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일부 GA들이 1200%를을 피해가기 위해 편법으로 과다한 이적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발하고 매출 기준 상위 66개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금융감독원은 대형 GA를 대상으로 올해 영입한 경력 설계사 현황에 대한 자료를 받기 시작했다. 설계사 이름과 위촉시기, 직전 회사 소속 등을 포함해 이직 후 이적료 지급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1200%룰을 피해가기 위해 이적료를 높게 지급하는 형태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1200% 룰’의 풍선효과가 꼽힌다. 올 1월부터 시행된 1200% 룰은 1년차 모집수수료를 월 납입보험료의 120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다. 통상 설계사들은 보험 상품 팔면 1~3년에 걸쳐 수수료를 나눠 받는다.
첫해에 지급하는 수수료 규모를 제한해 과도한 수수료 경쟁과 철새·먹튀설계사 양산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수수료 경쟁을 유도하는 기존 영업 방식을 쓰기 어려워진 GA들은 외부 설계사를 영입해 외형 확장에 나섰다. 이는 1200%룰로 예년보다 소득이 줄어든 설계사들의 수요와도 맞아 떨어졌다.
1200% 룰은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수수료만 규제 대상이다. GA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GA가 유보금을 활용해 신인정착지원비로 얼마를 쓰든 제재할 근거는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장검사 등을 통해 ‘1200% 룰’ 운영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라며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GA 역시 초년도 수수료 상한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당국이 편법 사례를 적발하더라도 1200%룰 준수 의무는 보험사에 있는 만큼 구체적인 제재 방안은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