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CEO가 10월 12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 본사에서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식분할 및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 최규남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의 건 등을 의결했다. 출석 주식 수 기준으로 인적분할 안건의 찬성률은 99.95%, 주식 액면분할 안건의 찬성률은 99.96%를 기록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은 물론 개인 주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SK텔레콤 제공) 2021.10.12/뉴스1
‘기업 인수합병(M&A)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60·사진)이 다시 한 번 실력을 입증해냈다.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의 마지막 관문을 넘으며 SK하이닉스의 글로벌 낸드시장 확대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1단계 절차를 완료했다. SK하이닉스는 SSD 사업과 중국 다롄 팹 등의 자산을 넘겨받았으며 총 계약금액 90억달러 중 70억달러를 1차로 지급할 예정이다. 2025년 3월께 남은 20억달러를 2차로 지급하고 낸드플래시 웨이퍼 R&D와 다롄팹 운영 인력을 비롯한 관련 유·무형자산을 이전 받는다. 이 시점을 기해 인수계약은 최종 마무리된다.

인텔 SSD 사업을 운영할 미국 신설자회사의 사명을 ‘솔리다임’으로 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본사를 둔 솔리다임은 인텔이 운영했던 SSD 사업을 인수하여 제품 개발, 생산, 판매를 총괄한다.

당초 업계에선 중국이 해외 기업들의 M&A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점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된 점 등을 이유로 반독점 심사가 지연되며 인수가 난항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인텔이 미국기업인 만큼 중국 당국이 미국과 한국 기업의 결합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관측이 팽배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중국의 승인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엔 최태원 SK 회장의 중국 네트워크 활용과 박 부회장의 M&A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박 부회장은 과거 SK하이닉스 인수를 비롯해 도시바 지분 투자, ADT캡스 인수 등을 성공적으로 이끈 SK그룹 내 M&A 전문가로 꼽힌다. 그동안의 M&A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이번 인텔 낸드 인수팀을 진두지휘하며 까다로운 절차를 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글로벌 낸드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는 한층 높아지게 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1년 3분기 글로벌 낸드시장에서 매출 기준 13.5%의 점유율로 삼성전자(34.5%)와 일본 키옥시아(19.3%)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5.9%)을 흡수 합병할 경우 점유율은 19.4%로 늘어나며 키옥시아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2위로 올라선다.


내년 실적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인텔 실적이 반영되면서 SK하이닉스의 매출이 크게 치솟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0조6212억원을 거둔 SK하이닉스는 같은 해 4분기 12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연간 42조원대의 매출이 기대된다.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2021년에만 이미 기존 최대 매출인 2018년(40조4451억원) 기록을 넘어선다. 여기에 더해 2022년엔 40조원 후반대의 매출을 올린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집계한 2022년 SK하이닉스의 매출 컨센서스는 48조5281억원이다. 일각에선 50조원 이상을 예상하는 곳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SK하이닉스의 매출을 53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김경민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업종의 제품가격 지표가 D램 대비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렵지만 연결 매출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