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지난 2021년 영화계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다. 상반기 화두였던 백신 접종은 '위드 코로나' 시대 관객수 회복에 대한 희망을 잠깐 안겨주었으나, 하반기 접종자수가 늘어난 후에도 줄어들지 않는 확진자수, 오미크론 확산으로 다시 한 번 방역조치가 강화돼 침울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화업계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심하게 받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직전만 해도 '기생충'의 선전 등으로 각광받은 한국 영화계지만, 지금은 "고사 직전"이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 나오기까지 한다. 코로나19가 본격화 된 지 햇수로 3년차에 접어든 2022년, 한국 영화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들이 해결돼야 할까.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개봉 미룬 영화들, 계속 늦어지면 버티기 어려워"
마동석 주연 '범죄도시'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악인전' 등을 제작한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해 12월31일 뉴스1에 "2022년 영화계 가장 큰 문제는 개봉을 미룬 영화들의 개봉이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극장도 제작사도 버티기가 어려워질 것"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2020년에 이어 지난 2021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미뤘다. 지난해 말 개봉 예정이었던 '비상선언'(감독 한재림)이 올해로 개봉을 미루는가 하면 성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영웅'(감독 윤제균)이나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 같은 영화들도 개봉을 연기했다. 한 차례 개봉을 미뤘던 영화들이 선뜻 개봉을 감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수의 관객들이 극장에 발길을 끊었기 때문이다.
마블 영화가 개봉했던 지난 2021년 11월, 12월 극장을 찾는 총 관객수는 600만에서 800만명 정도(영화진흥위원회 통계)로, 같은 해 월별로 적게는 100만명대, 많게는 600만명대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던 것과 비교하면 선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11월, 12월 총 관객수가 각각 1860만679명, 2246만4620명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는 차이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모가디슈' 같은 영화들은 예년이었다면 적어도 600만 이상, 많게는 1000만 관객 돌파까지도 기대할만한 작품이었지만 36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만족해야했다. 그마저도 한국상영관협회가 총제작비 50% 회수를 보장한 덕에 손익분기점이 6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줄어, 제작사의 큰 손해를 막을 수 있었다.
장원석 대표는 "이대로 간다면 극장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는 최고 매출 수단이었던 극장이라는 유통망이 없어지는 셈"이라며 "OTT가 있다고 하나 OTT도 자체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하기 때문에 기존 미개봉 작품들의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것이다, 개봉을 하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에 대해 밝혔다. 장 대표는 영화 '보스턴 1947' '압구정 리포트' '범죄도시2' 등의 개봉을 준비 중이나, 아직까지 개봉 시기에 대해서는 뚜렷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익명을 요구한 한 배급사 관계자는 뉴스1에 "현재 개봉을 결심하는 영화들은 손해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라도 작품을 내어놓는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각 영화가 수익을 낼수 있는 만큼의 수요가 회복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영화를 공개(공급)하는 것은 모두가 두려워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공급자들에게 이를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최소 한달 전 마케팅하는 영화…갑작스러운 방역조치강화에 타격"
극장의 관객 감소도 문제지만, 극장에 대한 정부의 갑작스러운 방역조치 강화도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들에 타격을 주고 있다. 국가 전체의 방역을 위한 것이지만 해당 조치로 인해 각 업계가 받는 영향도 큰 만큼, 대책을 강구할 만한 시간이나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영화인들의 입장이었다.
2019년 '남산의 부장들'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2021년 말 '해피 뉴 이어'를 선보인 영화 제작사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는 "영화는 개봉하기 위해 최소 한 달 이상 전부터 광고 및 마케팅이 진행되는데 갑작스럽게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대책이 바뀌는 것은 극장이나 영화 제작사에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장 쪽에서는 정말 열심히 방역 대책에 따라 엄격하게 방역을 하고 있다, 음식물 섭취를 금하고 모임 인원을 제한하고 띄워 앉기를 하고 있다, 그러니 상영시간제한 만큼은 풀어줬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8일 0시부터 올 1월2일까지 16일간 사적모임 인원을 최대 4명으로 축소하고, 영화관, 공연장, PC방 등 3그룹에 속한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2월31일 정부는 거리두기 지침을 다시 한번 발표하며 이달 3일부터 16일까지는 영화관의 마지막 상영 시작 시각을 오후 9시로 하는 것으로, 극장 영업시간 제한 지침을 다소 변경 및 완화했다. 하지만 위드코로나 시국이던 지난해 11월부터는 영업시간에 제한이 없던 영화관은 향후에도 당분간 심야 상영은 하지 못하는 등 운영시간에 제약을 지속적으로 받게됐다.
한국상영관협회를 비롯해 각 극장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수입배급사협회 등 영화단체 소속 영화인들은 지난달 21일 오전 10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영화업계 정부지원 호소 결의 대회'에서 Δ극장 영업시간 제한 즉시 해제 Δ코로나19 이후 영화 업계 전반의 피해액 산정 및 손실 보상 Δ정부 주도의 배급사 대상 개봉 지원 정책 추진 Δ임차료 및 세금 감면 혜택 등 정부 지원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위탁 극장주를 대표해 참석한 임헌정 지원 대표는 "영화산업이 극장을 중심으로 투자, 배급 등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인지해야 한다"며 "정부는 극장이 대기업 계열이라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중소기업인 위탁 극장이 입는 손실에 대한 보상도 고려치 않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또한 "극장은 성수기를 대비해 채용을 늘리고, 영화 개봉을 위해 엄청난 마케팅비를 쏟아부었는데도 너무 쉽게 영업시간 제한을 결정해 그 손실을 모두 업계가 떠안게 됐다"며 "영화산업 전반에 이유 없는 희생만을 반복해서 강요하지 말고 영업시간 제한 해제와 적극적인 손실보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수입배급사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상진 엣나인 대표 역시 "극장을 지원하는 것이 대기업을 살리는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극장의 몰락으로 영화 제작 및 배급, 수입사 등 모든 영화업계 이해관계자들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금은 대기업이냐 아니냐를 놓고 따질 때가 아니라, 정부는 영화업계 전반의 목소리를 듣고 영화산업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개봉 끌어낼 지원책 절실…한국 영화 명맥 달렸다"
장원석 대표는 "정부의 지원을 받든, 아이디어를 내든 결국 관객들이 극장에 오도록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든 문제"라며 고민을 밝혔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개봉을 했을 때 손해가 덜할 수 있는 장치, 방안을 세워야 하는데 일개 업계 종사자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는 "영화가 개봉을 하고, IPTV로든 뭐든 선순환이 돼서 손해를 줄여야 한국 영화의 명맥이 이어질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영화계 전체가 뭔가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끝난다"고 입장을 알렸다.
익명의 배급사 관계자 역시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도록 영화발전기금 징수를 더 유예한다든가, 최소 극장의 영업제한을 해제하여 정상적인 수요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이미 제작이 완료돼 개봉이 대기 중인 작품들에게 좀 더 실질적으로 공급(개봉)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 이후 정부의 관심이 OTT에만 머물러 있는 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영상 산업은 극장, TV, OTT를 막론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제공돼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다"라며 "정부가 극장 산업 정상화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도 거론됐듯,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지원 정책에서 영화업계가 배제돼 있다고 느끼는 게 영화인들의 주된 정서다. 극장이나 배급업의 경우 대기업의 계열사지만, 실질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많은 제작사들이 적자에 시달리며 적은 자본으로 운영되는 영세업종인데 이를 알아봐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원국 대표는 영화 제작사도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있음을 알렸다. 김 대표는 "영화와 드라마 경계선을 정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종합 콘텐츠 회사로 가는게 중요할 것 같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로 생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극장 뿐 아니라 OTT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실제 김원국 대표가 제작한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지난해 12월29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했다. 배급사 관계자 역시 "산업적 측면으로 수익 모델의 다각화가 필요하다, 극장 뿐 아니라 부가판권 및 해외 세일즈 등 수익률 개선을 해야하고, 수익모델의 다각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2022년 극장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과 비관이 동시에 존재한다. 우리나라 최대 극장 체인인 CGV의 황재현 홍보팀장은 "2022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의 어려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조정을 반복하면서 기대작 개봉 및 흥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접종으로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여 2022년 극장 관객수는 2019년의 70%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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