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들의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들의 흥행 대결이 설 연휴 극장가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과 '킹메이커'(감독 변성현)가 해당 작품들이다. 강하늘 한효주의 '해적: 도깨비 깃발'과 설경규 이선균의 '킹메이커'는 개봉 첫날 각각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특히 두 영화 모두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정면에 내세운 작품들이라 관객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영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감독 이석훈)의 후속 작품이다. 손예진과 김남길이 주연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여름 시즌 866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전편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구성과 세계관을 이어간다.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돋보이는 것은 배우 강하늘과 한효주의 변신이다. 극중 강하늘은 자칭 고려 제일검이자 의적단의 두목 무치를 맡았다. 무치는 '돈키호테' 스타일의 인물. 검술에는 탁월하나 허당기 넘치는 면모 탓에 결정적인 순간에는 의적 부하들에게조차 외면 당하는 캐릭터다. 강하늘과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또 한 명의 주인공 한효주는 천하에 명성이 해적선의 주인인 단주 해랑을 연기한다. 해랑은 리더십과 카리스마, 따뜻한 인간미까지 갖춘 인물로 강하늘의 무치와 완벽하게 대조를 이룬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만화 같은 작품이다. 사건과 묘사가 과장돼 있고, 인물들 역시 극단적인 성향을 보인다. 무치와 해랑 역시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이다. 그간 강하늘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왔지만, 무치처럼 높은 자존감에 기반한 허세와 허당기로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동주'나 '청년경찰' '기억의 밤' 등에 나온 순수하고 깨끗한 청년이다. 한효주 역시 '쎄시봉' '뷰티 인사이트' '해어화' 등의 영화 속에서 주로 청초한 첫사랑 캐릭터를 연기해왔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180도 변신, 새로운 매력을 뽐낸다. 그리고 이렇게 변신을 감행한 두 배우의 독특한 캐릭터들은 서로 부딪치며 시너지를 발휘한다.
'킹메이커'도 베테랑 배우들의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그렸다. '킹메이커'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 엄창록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설경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했으며, 이선균은 그의 참모 엄창록에서 모티브를 따온 서창대라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설경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말투나 행동을 '모사'(模寫)하는 연기를 피했다고 하지만, 그가 연기한 김운범은 묘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닮아있다. 인물의 캐릭터의 신념이나 성품 등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연기해낸 연기파 배우의 내공이 엿보인다. 이선균의 경우 사실상 '킹메이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요 감정선이 그의 시점에서 흐르기 때문이다. 이선균은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엄창록이라는 '전설적' 인물을 서창대라는 캐릭터를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킹메이커'는 노골적으로 두 캐릭터를 대조시키는 영화다. 승리 보다는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지키는 김운범의 캐릭터와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서창대라는 캐릭터를 빛과 그림자라는 구체적인 현상으로 형상화해 보여준다. 어떤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김운범과 갈망과 열등감 속에서 안절부절 하는 서창대의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한 데 뒤엉켜 흥미로운 드라마를 형성한다. 이는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없었다면 이뤄지기 어려웠다.
'해적: 도깨비 깃발'과 '킹메이커'는 이처럼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띄는 작품들이다.
설 연휴 시즌에 나온 두 편의 한국 영화 중 어느 영화가 관객들의 더 많은 호응을 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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