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은 HDC현산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수주 가능성을 높였음에도 지난해 디자인 무단도용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며 조합원 민심을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시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은 지난 5일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를 열고 HDC현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원 959명 가운데 926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HDC현산은 509표(53.1%)를 얻어 경쟁사 롯데건설(417표)을 제쳤다.
광주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HDC현산은 롯데건설과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2조원의 자금을 조달, 사업비와 조합원 이주비 대출에 활용하기로 했고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공사 대금 대신 미분양 아파트와 상가로 받는 ‘대물변제’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조합원 사업추진비로 가구당 7000만원을 지급하고 후분양 조건으로 일반분양가 3.3㎡당 480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롯데건설 역시 HDC현산에 대응하기 위해 안양 최초로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캐슬'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시그니처 캐슬은 '롯데캐슬'과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의 중간 브랜드다. 롯데건설은 이와 함께 ▲사업추진비 책임조달 ▲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환급금 조합원 분양 계약 시 100% 선지급 ▲무상입주 및 환급 확정 ▲마이너스 옵션(가구당 4000만원) ▲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등을 내걸었다.
HDC현산의 조건은 롯데건설에 비해 파격적이었다는 평가다. 관양현대 한 조합원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40평형대 분양을 희망하기 때문에 중대형 평수가 많은 현산을 선택했다"면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후분양으로 평당 4800만원을 보장해주는 조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업계 일각에서 의혹이 제기된 설계 디자인 무단도용 논란에도 휩싸여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말 롯데건설은 부산 대연8구역 재개발 사업의 디자인을 무단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연8구역 재개발에 참여한 해외 설계업체 SMDP 측은 “당사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롯데건설과 롯데건설의 설계사에 설계 무단도용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디자인 표절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업계 일부에서 근거 없이 주장한 의혹”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11일 광주 서구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붕괴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 롯데건설은 반전을 노리는 듯했지만 HDC현산은 또다시 파격적인 조건을 선보였다. HDC현산은 관리처분 총회 전 시공사 재신임 절차를 받겠다며 절차 이행에 따른 비용도 자사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안전결함 보증기간을 10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하고 시공 보증도 100%로 설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HDC현산은 매달 공사 진행 현황과 외부 전문기관의 안전진단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보고할 것을 제시했다. 조합원으로 구성된 시공 감시단과 조합에서 요청한 외부 전문 안전감독관(CM) 업체 운영에 대한 비용 역시 자사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HDC현산이 이를 계기로 재기에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이다. HDC현산이 관양현대에 제시한 조건은 ‘역대급’이어서 기존 아이파크 입주자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아이파크’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면서 집값이 하락한 사례도 적지않다.
안양에 거주 중인 A씨는 "기존 완공된 단지부터 파격적인 AS를 잘 하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며 "고객 대응이 화장실 가기 전후 달라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HDC현산은 이번 수주를 통해 재기를 노리게 된 반면 롯데건설은 보이콧까지 당한 HDC현산에 패배해 체면을 구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