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4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사진=뉴스1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4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은행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인데 2개월 연속 감소세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설 상여금 지급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은 1060조2000억원으로 전월보다 4000억원 줄었다. 감소폭은 지난해 12월(2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은행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04년 이후 18년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데에는 금융당국이 올 1월부터 2억원 이상 대출을 받는 차주를 대상으로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암호화폐 등 자산시장에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 열기가 한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설 상여금이 지급되면서 이를 대출 상환에 쓴 차주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담대, 집단대출 늘어 증가세 전환… 신용대출은 크게 줄어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로 나뉜다.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781조원으로 전월 대비 2조2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이 전월(2조원)보다 2000억원 확대됐다.

앞서 주담대 증가폭은 지난 7월(6조원) 이후 8월(5조8000억원), 9월(5조6000억원), 10월(4조7000억원), 11월(2조4000억원), 12월(2조원)에 걸쳐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다 올 1월에는 2조2000억원으로 반등한 것이다.

내집 마련을 위한 주택거래는 둔화됐지만 집단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실제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8월 5만7000호, 9월 4만5000호, 10월 4만3000호, 11월 3만호, 12월 2만5000호 등으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기타대출 잔액은 278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6000억원 줄었다. 2004년 이후 1월 기준으로 두번째로 큰 감소폭을 보였다. 1월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은 2009년 1월(3조2000억원)이었다.

반면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3조3000억원 증가한 1079조원에 달했다. 이같은 증가폭은 통계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후 1월 기준 최대 수준이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183조4000억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895조6000억원으로 전월보다 각각 4조원, 9조2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월과 비교해 2조1000억원 늘어난 42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전월比 7000억↓

이날 한국은행과 함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7000억원 줄었다. 이는 지난해 5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증거금 환불 등의 요인으로 가계대출이 일시적으로 급감했던 지난해 5월(-1조8000억원) 이후 첫 감소세다.

지난달 전 금융권 주담대는 2조9000억원 증가해 전월(2조6000억원) 보다 증가폭이 3000억원 늘었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3조6000억원 감소했다. 전월(-2조4000억원)보다 감소폭이 1조2000억원 확대한 수준이다. 이 또한 설 상여금 유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권별로는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4000억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전세대출(1조4000억원) 중심으로 2조2000억원 늘어난 반면 기타대출(-2조6000억원)은 전월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3000억원 감소했다.

금융위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고 가계부채의 질적 건전성 제고 노력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