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남대서양 해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본체에서 이탈된 조타실 측면부(해양수산부 제공)© 뉴스1© 뉴스1

"긴급 상하ㅗㅇ입니다. 본선 2번 포트물이. 샙니ㅏ 포트 쪽으로 긴급계 ㄱ울고 ㅣㅆ습니다."
지난 2017년 3월31일 오후1시20분쯤 (현지시간) 긴급함이 느껴지는 메시지가 송신된 뒤 초대형 광석운반선 '스텔라데이지'로부터의 연락이 두절됐다.

닷새 전 브라질 구아이바 항구에서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중국 칭다오 항구로 향하던 스텔라데이지호는 다급했던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남동방 약 1500해리 인근의 남대서양 공해상에서 침몰했다.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모두 24명의 선원 중 구조된 것은 필리핀 선원 2명뿐, 나머지 선원들은 모두 실종자가 됐다.


사고 후 5년이 지나는 동안 실종자 가족들은 선박 침몰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등을 요구해왔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이뤄졌지만 선박 침몰에 자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침몰 후에 수습 절차가 어떤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과 반대로 실종자 가족의 삶은 철저히 파괴됐다. 지난 9일 뉴스1과 만난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부대표는 "가족들 모두가 아프고 힘들다. 개인 생활도 없다. 억지로 버티고 있다. 삶이 무너졌다는 말 말고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는 침몰 사고로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의 이등항해사 허재용씨의 친 누나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날이 선 말들도 가족들의 상처를 들쑤셨다. 허 부대표는 "1인 시위를 하는 엄마한테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면서 '돈 때문에 저런다'는 인간들도 많아요. 엄마한테 와서는 '사람이 물에 빠지면 물고기가 어디부터 파먹는 줄 알아? 당신 아들 눈알부터 파먹어'라고 염장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 나쁜 인간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정작 허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배보상 문제는 논의도 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비난 속에서도 가족들은 여전히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허 부대표를 포함한 실종자 가족들은 사건 발생 5년여만인 지난 7일 선박 침몰의 책임자를 처벌해 달라며 처음으로 직접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했다. 고소·고발의 대상은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의 김완중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 13명이다. 이번 고소·고발에는 피해 당사자인 가족들뿐만 아니라 1166명의 일반 시민들이 공동 고발인으로 참여했다.

뉴스1은 허 부대표를 만나 실종자 가족들이 직접 고소·고발에 나선 이유를 들었다. 허 부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임시 기억공간' 마당에서 열린 '지워진 사람들-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 추모식 및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서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부대표(사진 오른쪽 두번쨰)와 허대표의 어머니인 이영문씨(오른쪽 세번째)를 위로 하고 있다. 2022.2.9/뉴스1 © News1 국회사진취재단

◇"침몰 사고 자체에 대한 책임 아직 묻지 못해"
가족들이 직접 고소·고발에 나서기 앞서 검·경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해 2019년 2월 김완중 회장과 회사 관계자들을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선사 관계자들이 스텔라데이지호의 결함을 알았음에도 이를 해양수산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인정했고, 김 회장에게는 그 책임을 물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더해 2심 재판부는 김 회장이 선사 대표로서 스텔라데이지호의 결함 신고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어겨 책임이 중하다며 1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부산구치소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법정 구속은 피했지만 해양 선박 사고에 대해 선사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김 회장의 사례가 처음이었다.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가족들이 다시 고소·고발에 나선 것은 현재까지 선박 침몰 자체에 대한 재판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사건을 수사한 부산해양경찰서는 선박안전법 이외에도 선사 측에 업무상과실치상, 선박매몰죄 등의 혐의를 적용했지만 사건을 지휘한 부산지검은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보강이 필요하다고 보고 2019년 일단 선박안전법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를 했다.

이에 대해 허 부대표는 "지금까지 재판은 선박안전법에서 사전의 선박 결함을 신고하게 한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것으로, 침몰 사고 이전의 잘못에 대한 것"이라며 아직까지 선박이 침몰 자체에 대해 기소돼 처벌받은 책임자는 없다고 지적했다.

허 부대표는 "오는 3월31일이면 선박매몰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라며 "검찰의 기소를 촉구하는 차원에서라도 긴급하게 준비해서 고소·고발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들의 소송을 돕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2019년 당시에는 심해 수색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기관이 침몰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보고 침몰과 관련된 선박매몰죄 업무상과실치상을 빼고 선박안전법으로만 기소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단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고소·고발을 제기하고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유족들이 지난해 5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이 끝난 이후 오열하고 있다. 2심 법원은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의 1심 판결(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파기하고 징역 6월을 선고했다. 2021.5.26/뉴스1 © News1 노경민 기자

◇사고 진상 규명 위해서 2차 심해 수색도 진행돼야
허 부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실종자들의 유해를 찾기 위해 사고 지역에 대한 2차 심해 수색을 할 필요도 있다고 강변했다. 앞서 정부는 가족들의 요구에 2019년 1월 침몰 지역에 대한 심해 수색을 실시했지만 참사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1차 수색 당시 선박 블랙박스가 확보됐지만 인양 과정 등에서의 훼손으로 의미 있는 자료를 얻지 못했고 유해로 보이는 물체가 발견됐음에도 정부와 수색 업체 간 계약상의 문제로 수습이 되지 못했다.

허 부대표는 블랙박스를 인양하는 과정에서 수색 업체가 블랙박스를 훼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참관한 가족이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당시 현장에 정부 관계자가 없었기 때문에 수색 활동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해가 수습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유해가 발견되고 나서 수색 업체 측에서 우리 정부 측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정부에서는 '계약이 안 되어 있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대책위의 활동과 국회의원들의 요구로 2차 수색을 위한 100억 원의 예산을 마련을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허 부대표는 "기재부는 '군인이나 경찰이 아닌 민간회사의 사업에 대해 국가가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는데 이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내팽개치는 것이다. 군인이나 경찰이 아니면 국민이 아닌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도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을 규명과 실종자 유해 수습을 위해 추가 심해 수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보내기도 했다. 인권위는 "국가는 추가 심해 수색을 해달라는 실종자 가족들의 호소에 답해야 한다"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의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와 실종자 유해 수습을 위해 추가 심해 수색의 실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 밝혔다.

5년 동안 사건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허 부대표는 '언젠가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 영국에서 일어난 더비셔 호 침몰 사건도 20여 년이 지나서 침몰 원인이 밝혀졌다. 선체의 문제가 있다고 밝혀낸 당사자는 더비셔 호의 막내 선원의 친형이었다. 저도 재용이의 누나니까 20년이 지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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