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강민경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12일(현지시간) 대면 회담에서도 일본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등 일제강점기 과거사 관련 현안을 놓고 충돌했다.
우리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오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소(APCSS)에서 하야시 외무상을 만나 양국 간 주요 현안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두 사람의 대면 회담은 작년 11월 하야시 외무상 취임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은 지난 3일 첫 전화통화를 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일 양국이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가야 할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라며 "올바른 역사인식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런 역사인식은 과거 한일 간의 대표적인 회담·성명·선언에서도 공유돼 온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전했다.
정 장관은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를 가속화해 나가자"고도 말했다.
그러나 하야시 외무상은 징용·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 때문에 한일관계가 계속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다"며 "이런 현안을 포함한 양국 간 문제에 관해선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측이 책임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징용 및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통해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정부를 상대로 한 우리 법원의 피해 배상 판결 또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일본 측의 기본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하야시 외무상은 이들 현안 해결을 위한 우리 측의 "적절한 대응을 재차 요구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전했다.
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사도광산을 놓고도 역시 이견을 표출했다. 일본 니가타(新潟)현 소재 사도광산은 나가사키(長崎)현 소재 '군함도'(하시마·端島)와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곳이다.
이에 정 장관은 사도광산에 대한 일본 측의 세계유산 등재 추천 결정에 강한 유감과 항의의 뜻을 재차 전달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밝혔다. 정 장관은 "2015년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시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부터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군함도'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 등에 따라 관련 시설물을 통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알리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재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조선인 강제징용 사실은 배제한 채 이곳이 17세기 에도(江戶)시대 일본 최대 금광이자 세계 최대 금 생산지였단 점만 부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야시 외무상도 이날 정 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도광산에 대한 "한국 측의 독자적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유감"이라며 항의했다고 일본 측이 밝혔다.
다만 하야시 외무상은 "우리나라(일본)는 사도광산의 훌륭한 문화유산 가치가 유네스코에서 평가되도록 냉정하고도 정중히 논의해갈 생각"이라며 "한국 측과도 성실히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아울러 우리 측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우리 법원의 징용피해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조치로서 2019년 7월 시행 중인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정 장관은 "우리의 특정산업을 겨냥한 일본의 조치는 현재 한미일 간 세계 공급망 안정 강화 협의와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정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어려운 시기에 양국 국민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교류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며 일본의 협조를 요청했다.
두 사람은 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대북 대화의 필요성 및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지속해가기로 했다"고 한일 양측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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