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지 열흘이 되면서 사태가 장기화 기로에 놓였다.
택배노조는 10일 본사 점거 이후 무기한 상경투쟁, 전 택배사 연대파업 검토, 노조위원장 아사단식 예고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한 모습이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대화에 선을 그은 채 고소·고발로 맞서고 있다.
◇노조 "택배비 인상분 사측 배만 불려" vs 사측 "절반 노동자에게 배분"
노사 갈등의 핵심은 지난해 6월 마련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안'의 이행 여부다.
당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노사정이 참여한 합의기구가 택배 원가 상승요인을 개당 170원으로 인정하고 택배요금을 올리되 인상분은 분류작업 제외 등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최우선 활용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사측이 요금 인상분을 택배기사에게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는다며 지난해말 파업에 들어갔다. 최근 실적 발표를 근거로 들어 CJ대한통운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택배요금 327원을 인상했으면서도 이 중 분류 비용(58원)과 사회보험비용(18원) 등 76원만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썼다고 주장한다.
업계 경쟁을 고려해 택배요금 인상을 망설이던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기회로 택배요금을 올리고는 회사 배만 불렸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CJ대한통운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노조가 실적 발표에 나온 숫자를 제멋대로 해석한 것일뿐 지난해 택배비 인상분은 140원이며 인상분의 50%가량을 택배기사 배송 집화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택배요금 인상으로 회사가 연간 3000억원을 더 챙겼다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측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1983억원으로 전년 대비 34.6% 늘었을뿐이라고 맞선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회사는 분기별로 회계감사를 받는 상장사로 경영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한다"며 사업보고서만 봐도 노조 주장이 허위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국토교통부는 인상분 배분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노사간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대한통운, 택배노조 교섭상대 아냐…노조 "회사 노조 없애려는 것"
택배노조가 시종일관 요구하는 것은 회사 측이 협상테이블로 나오라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 단순한 요구조차 CJ대한통운 측이 들어주지 않는 결정적 이유로 택배노조의 교섭 상대가 사측이 아닌 대리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쟁의는 사용자를 상대로 해야 성립하는데 택배기사는 근로계약을 맺더라도 대리점주와 계약하기 때문에 원청(CJ대한통운)은 사용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택배노조의 교섭상대인 택배대리점연합회는 택배노조의 파업을 강력 비판하면서 미복귀 택배노동자의 계약해지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대리점을 건너뛰어 교섭하면 택배노조와 대리점이 맺은 계약에 선행하게돼 하도급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택배기사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사업자로서 계약을 맺는근로자) 신분이라는 점에서 해석의 여지는 남아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택배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CJ대한통운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직접근로계약을 하지 않았더라도 기본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택배사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게 중노위 판단이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회사 측이 이 사태에 책임있게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노조를 없애려는 것"이라며 "노조할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이를 공공연하게 위반하려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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