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재계에 따르면 김경배 HMM 신임대표 내정자는 다음 달 주주총회 승인 이후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3년 동안 HMM을 이끌었던 LG 출신 배재훈 대표는 다음달 26일부로 임기가 만료된다. 이번 인사는 HMM의 민영화를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0년 현대정공으로 입사한 김 대표는 2007년 현대·기아차 비서실장 상무에 임명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수행비서로 근무했다.
2009년부터 9년 동안은 당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후계체제를 다지는데 앞장섰다. 그가 글로비스 대표로 자리를 옮긴 2009년은 정의선→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처음으로 형성된 시기다. 김 대표는 폴란드의 물류업체 아담폴을 인수하고 유화·건설 기자재·의료기로 품목을 다변화하는 등 기업 가치를 올리는데 주력했던 인물이다.
정의선 회장 체제가 본격 개막하자 그는 2020년 12월 2선으로 후퇴했다. 현대글로비스가 HMM과 합병한다면 계열사 물량을 나눠가질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외부 물량뿐 아니라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트랜시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제철 등 계열사 물량도 운반한다.
현대글로비스의 가치 상승은 순환출자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정 회장은 실질적으로 현대차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0.32%만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대글로비스를 현금 창출구로 활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례없는 호황으로 HMM의 가치가 5조원 규모로 커져 인수자 입장에서는 시황이 내려갈 때를 기다릴 것"이라며 "HMM의 지원을 위해 세워진 해양진흥공사도 미래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2~3년 뒤를 목표로 매각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확대 해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 사장이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화살이 산은에게까지 갔다"며 "산은의 눈 밖에 나 수장이 교체되는 것이지 단순 매각을 위한 인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글로비스가 시황이 들쑥날쑥한 컨테이너선 업체를 굳이 사들일 이유가 없다"며 "현대글로비스 재임 시절 평판을 바탕으로 선임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